주절거림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발비(發飛) 2007. 10. 5. 01:29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비가 내리면  나를 둘러쌓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면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내가 알고 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오늘(아니 어제) 교보문고를 갔었다.

언제나처럼 책들을 구경하러... 들어선 교보 계단 아래 작은 테이블에 남자 대학생이 머리를 박고 열중하고 있다.

서점이라는 데가 원래 궁리를 하는 곳이지.

책 구경하는 일을 마치고 다시 계단을 오르려는데 또 다른 남학생이 작은 테이블에서 뭔가 열중하고 있다.

다가가보았다.

가을에 편지를 쓰세요.

교보에서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면서 바구니에 한가득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내가 본 두 남학생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렇군

가을엔 편지를 쓰는 계절이지

떨어진 낙엽을 주워 엽서 한 켠에 붙이고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계절이지.


그래 편지를 쓰자.

교보가 대신 보내준다는 편지를 써보자.

편지지 한 웅큼을 들었다.

 

그리고 사무실에 와서 편지지를 나눠주었다.

편지를 쓰세요!!!

 

아직도 한 웅큼의 편지지가 남아있다.

내게 주소가 있는 모두에게 이 가을 편지를 보내려 한다.

가을... 정말 어쩔 수 없는 계절이죠?

모두 이 가을을 잘 벗어나보자구요... 보낼 수 없다면 달게 그 사랑을 받아보자구요...

가을... 참 좋은 계절이다.

편지를 쓸 수 있는 ... 가을, 참 좋은 계절이다.

 

기다리시길요. 교보문고에서 편지를 배달해준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