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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마리아의 죽음The Death of Virgin

발비(發飛) 2007. 7. 23. 22:22

 

마리아의 죽음The Death of Virgin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 성녀 마리아의 죽음을 그린 카라바조의 마리아의 죽음The Death of Virgin이라는 작품이다.

그가 그린 마리아의 죽음을 본다.

 

원죄없으신 마리아.

그 분에게 죽음이란,

하느님의 아들 혹은 하느님과 한 몸이라는 예수님을 잉태하신 분이라면......

 

그 분이 원래 계시던 곳인 하늘나라.

그 분이 가장 사랑한다고 확신한 분들이 계신 곳이다.

죽음이란 하늘나라와 현재 사이에 잇는 절차이다.

 

그런 분의 죽음이 널부러졌다.

마리아의 주검.

카라바조는 마리아 죽음의 모델로, 임신한 채 물에 빠져 죽은 창녀를 삼았다고 한다.

신성시 해야 할 그 분의 죽음에 가장 비천하게 살았고 비천한 몰골로 죽음을 맞이한 인간을 모델로 삼았으며,

하느님과 예수님의 명을 받아 하느님의 나라로 인간들을 인도하기 위해 파견하셨다는 사도들은 비참한 마리아의 주검을 둘러싸고 슬픔에 젖어있고,

예수가 죽음을 맞이하고나서부터 함께 한 막달라 마리아는 슬픔에 겨워 얼굴조차 들지 못한채로 쭈그려 있다.

 

하느님을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이유도 없이 믿어 예수를 잉태했던 마리아가 죽음을 맞았고,

또 하느님의 아들로서 온 예수를 믿고 목숨을 바쳐 그를 따르겠다던 사도들은 죽음을 보내고 있다.

 

하늘나라를 믿는다고 말한 사람들의 죽음을 맞는 것,

그것은 미켈란젤로의 성화에 나오는 천사들의 영접과 같은 화려함은 없다.

그런 일은 없는 것이다.

죽음을 맞는 인간이나 죽음을 보내는 인간에게 축복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가를 불러 하늘나라로 갈 길을 예비한다고 말은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죽음 앞에서 처참하게 쓰러진다.

아무리 무심한 척 한다해도 죽음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은 바닥이다.

 

하늘나라를 믿는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카라바조는 모든 인간의 비참한 죽음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솔직한 인간의 죽음에 대한 해석이 공감을 자아낸다.

죽음 후의 모습이 행복이고, 천당이고, 환희일지라 하더라도 죽음을 맞는 그 순간은 슬픔의 절정이며 이별 중에 가장 큰 이별이다.

 

카라바조가 다른 것은 솔직함이다.

그가 살던 세상은 신이 가장 우선시 되던 때임에도 그는 신 앞에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을 그대로 보여줬다.

인간의 삶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