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파견보내고 싶다
두 시간동안의 외출.
향사람성이 너무 강열한 '나'이지만,
사람을 향하고자 마음은 사람과 더불어 있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떨어져 사람을 바라 보고만 싶은 이상한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
오늘은 후자! 혼자서 똑 떨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트를 기다리는 동안 할 짓 없어 뒤돌아본 우편함.
토할 듯이 가득차있는 나의 우편함이 수십개의 우편함들 속에 담박에 눈에 띈다.
코팅된 엽서에 미끄러지 듯 씌여진 유성볼펜 자국이다.
함께 여행을 하던 친구에게서 온 엽서.
몇 통의 엽서를 받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반갑네.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돌아온 날이라서 그런가?
누구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와도 한끼 밥도 더불어 먹기가 싫은 날인데,
멀리서 볼 수 없는 사람에게서 온 엽서라...... 더 반가운가?
마음 편하게 반가워해도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 더 반가운가?
그랬겠구나!
내가 멀리서 엽서를 보냈을 때, 그 엽서를 받은 사람이 그랬겠구나.
지금 함께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보내는 엽서라 참 반가웠겠구나. 마음껏 반가웠겠구나.
누군가 멀리서 내게 엽서만 보내주면 참 좋겠구나
가까이 다가오지도 말고,
함께 하지도 말고,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돌아온 날이라도,
그래서 영원히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며 살짝 겁이 나는 날에도
마치 아군 하나 몰래 키우고 있는 것처럼 좋았겠구나.
자유를 주는 것이었겠구나.
엽서는 그런 것이겠구나.
더없이 반가웠겠구나.
오늘 한 장의 엽서를 받고는 너무 고맙고 따뜻하고 반가우면서
너 돌아오지 말아라. 멀리서 아주 멀리서......
나의 반대편에서 가끔씩 엽서를 날려주었으면 한다.
마치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잃어도 남은 한 사람이 있는 듯,
비장의 무기 하나 숨겨 놓은 듯
뻔뻔스레 살 수 있도록
누군가를 파견이라도 보내고 싶다.
멀리서 볼 수 없는 곳에서 엽서 보내줄 친구 하나 파견 보내고 싶다.
든든할 것이다.
만약, 엽서를 보낸 친구가 이 글을 본다면 이를 뿌득뿌득 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