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최승호] 보석
발비(發飛)
2006. 11. 10. 13:42
보석
최승호
눈사람은 늘 고요합니다. 입적한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아무런 사리도 나오지 않는답니다. 초같은 몸에서 진신 사리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까. 투명한 물방울들이 구슬인 양 나올 뿐입니다.
날이 춥다.
이제 곧 맑은 사리를 만날 수 있겠다.
살아서도 고요한
죽어서도 조용한
똑똑 거리는 물방울 몇 알로 충분한,
눈사람에게만은 소음일 가능성이 충분한,
선문 몇 마디를 들으려 귀를 곧추 세워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