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聞錄

푸쉬카르

발비(發飛) 2006. 7. 19. 21:41

새벽 4시 30분 눈이 떠졌다.

새로운 곳을 새벽공기로 맞이하고 싶어졌다.

가트에 나가기로 한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들은 없다.

텅비어있었다.

숄을 두르고... 숙소를 나가는 순간, 나를 맞이하는 것이 있다.

누런 개 한 마리가 나를 따라온다.

따라오는 것만이 아니라 나에게 안길듯이 달려든다.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똥개처럼 눈치도 없이 덤비는 것이다.

인도의 개 싫다.

왜 나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아는 척을 하는거지?

한 마리가 아니다.

이제 네마리가 나에게 덤빈다.

소리를 질렀지만, 새벽엔 사람이 없다.

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들의 표정- 개들에게도 표정이 있다. 나에게 무섭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친근하다.

그들을 막무가내로 쫓을 수는 없다.

어쩌지?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나를 떠나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이다.

이곳이 인도가 아닌가?

삼천이 넘는 신을 섬긴다는 인도땅이다.

인도땅이라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일까.. 그저 난 나를 떠난 이들의 얼굴과 그 개들을 클로즈업시키고 잇엇다. 맙소사.. 내가 뭘 하는거야. 그럼서 말이다.

생각이 그에게 미친 순간,

난 더는 이 개들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만히 섰다.

가트앞에 가만히 서서 그들이 나에게서 멀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심심해서 내게 멀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되었을까?

움직여보았다.

다시 나에게 안겨드는 개떼들이다.

멀리 저 너머 인도사람이 보인다. 난 그를 향해 헬프미를 소리쳤다.

그 사람 두 손으로 나에게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신호만 보내더니 무심하다.

난 옆에 있는 주먹만한 돌을 들었다.

그리고 그 돌로 위협을 했다.

개들이 주춤한다.

장돌을 든 나는 좀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난 그 돌을 무기삼아 나의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개들은 멀리서 나를 따라오고...

숙소로 돌아와 바람 좋은 창가에 앉았다.

방이 아니라 홀에서 말이다.

그 곳에서 보이는 곳은 내가 돌아온 가트길이 20미터쯤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그 개들이 이리저리 다닌다.

그리고 시간이 그만큼 지나서인지 띄엄띄엄 인도사람이 아침 준비를 해서 다니고 있다.

(인도에는 아침을 빵으로 많이 먹는지, 아침에 빵을 사서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한 여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간다.

개들이 그 여자를 따라간다.

그 여자는 하얀봉지 안에 든 빵을 개에게 던진다.

개는 그것을 받아먹고 뒤돌아간다.

 

또 한 여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간다

개들이 그 여자를 따라간다.

그 여자 하얀 비닐봉지 안에 든 빵을 개에게 던진다.

개들은 그것을 받아먹고 뒤돌아간다.

 

한 남자

노란 종이봉투를 들고 간다.

개들이 그 남자를 따라간다

그 남자 노란종이봉투 안에 든 무엇인가를 개에게 던진다

개들은 그것을 받아먹고 또 그 남자를 뒤쫓아간다.

 

또 한 남자

무엇을 들고 간다.

개들이 그 남자를 또 따라간다.

그 남자 개들을 쫓는다.

개들은 그 남자를 쫓아간다.

그 남자 무엇안에서 무엇을 꺼내더니 담위에 줄지어 가지런히 놓는다.

개와 그 남자가 그 길을 지나가자 참새들이 담 위에 줄지어 무엇인가를 먹는다.

 

..

.

.

.

.

.

.

 

난 창가에 서서 한 시간 30분을 보냈다.

그리고 그 20미터의 거리에는 여자와 남자 모두 15명의 사람이 개들에게 무엇인가를 던져주었고,

세 사람의 남자는 새들의 먹이를  담 위와 수레 지붕에 뿌려주었다.

이방인들이 모두 잠든 시간,

그들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그들은 그렇게 함께 하고 있었다.

 

내가 볼 수 있는 곳을 보았다.

하늘, 높은 곳에는 독수리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보다 좀 낮은 하늘에는 유난히 날개짓이 심한 비둘기들이 수백마리 날고 있었다.

그 아래는 참새들이 가볍게 뛰듯 날고 있었다.

나의 숙소 옆집, 이층 발코니에는 다람쥐가 미끄러지듯 뛰어다닌다.

또 그 아래 길에는 소와 개들이 이리 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에 사리를 입은 인도의 여자들이 맨발로 걷고 있다.

또 그 사이 하얀 옷을 입은 인도의 남자들이 가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난 인도를 여행중이다.

오늘 내가 본 이른 아침의 인도는 한 편의 그림처럼, 혹은 오래된 시처럼....

아주 바랜 모습으로 나에게 심어질 듯 싶다.

내가 본 인도와는 다른 폴더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되어질 그림을 보았다.

 

난 인도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아침이다.

내가 본 것들은?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은?

나의 생각은 말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