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발비(發飛) 2006. 5. 8. 15:03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다시 읽는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때 읽은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와 오늘 읽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시란

한 행 한 행이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처럼 다른 얼굴을 가진 듯 싶다.

 

한 행마다 다른 생김으로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오늘은 이 얼굴이 필에 꽂히고, 내일은 또 다른 얼굴이.....

 

시란

한반 가득히 앉아있는 초등학교 3학년 어느 교실의 아이들 같다.

 

오늘 내 맘에 드는 아이의 얼굴!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