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박남준] 따뜻한 얼음

발비(發飛) 2006. 5. 5. 21:45
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안에 숨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말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만 한 것은

제 몸에 온기란 온기 하늘아래 다 전하고

스스로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세상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안에 숨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방법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

누군가 얼음의 두께를 늘여가고 있다

얼음이 두려워 얼음에 손을 대어 확인하려하면 손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이젠 얼음을 믿고 물 속으로 몸을 푹 담근다

얼음은 차가움이 아니라 담요이고 방패이다

꽝꽝 얼어라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

맑게 반짝이는 얼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봄은 어떤 모습일까

얼음의 봄

얼음에겐 봄이 없다

봄엔 얼음이 없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을 자들을 위해 봄을 기다리는 얼음이다

사라지는 날을 기다리는 얼음이 맑게 반짝인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만 한 것은

제 몸에 온기란 온기 하늘아래 다 전하고

스스로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세상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제 몸 다 바쳐서 지켜내는 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난 왜 이 사랑이 싫지

 

그걸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저 사랑해서 무조건 사랑해서 죽어도 좋을 만큼 사랑하여

사랑하여 제 몸이 사라지는 것이 빛나는 것이라 한다면

난 왜 이 사랑이 싫지

 

난 이제 사라지는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춥더라도 뜨겁더라도 사라지더라도 실존하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하는 것이

사람이더라도 물건이더라도 꿈이더라도.....

곁에 있지 않는 것은 사랑이더라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동문서답을 하듯이.....

 

그것이 빛난다고 하더라도

이 시가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시인이 하는 말이 맞더라도

그렇더라도,

얼음이 두텁게 어는 추운 겨울이 내겐 더 따뜻하다.

얼음과 그 안에서 노는 송사리로 피래미로 사는 추운 겨울을 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