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댓글 이야기

발비(發飛) 2006. 1. 2. 23:34

 

오늘, 제 블로그에는 낯선 분들이 참 많이 오십니다.

그렇지만, 제 블로그에는 댓글이 별로 달리지 않습니다.

(쳇, 다른 블로그에 댓글이 무지 달린 것을 보면, 난 이상한 인간인가 싶기도 하다)

 

주인이 좀 썰렁해서 그렇지요.

(사실, 전 그걸 좋아합니다. 낯선 이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 잘 모르니까요)

 

낯선 닉들이 옆을 빽빽히 메우고 있으면, 전 저의 오랜 단골손님(?)들의 닉이 그리워집니다.

그래서 그 분들을 찾아나섭니다.

아래로 아래로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습니다.

속이 상해서 주절거리기도 하고

즐거워서 주절거리기도 하고

괜히 필이 꽂혀 주절거리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던 저의 이웃들의 댓글들을 다시 읽어갑니다.

 

얼마나 안으로 들어갔을까요?

그리 깊이 들어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윤희상님의 "사랑"이라는 시에 제가 뭐라고 주절거렸고,

 

그 아래 댓글이 두 개가 달려있습니다.

거기에 눈과 마음이 멎었습니다.

그때와는 다른 맘으로 내 가슴에 와 붙습니다.

 

 

댓글 그 하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었던가...원제가 아마 "미용사의 남편"이었을 거예요...
오래 전 그 영화를 보며 감동했었어요...   윤희상형의 시와 윗 글들을 바라보다
"사랑은 위안이다"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기억할 만한 메모 ;
"사랑은 설레임도 매혹도 열정도 아니다. 위안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다.
등을 쓰다듬고 머리칼을 쓸어올려주고 젖은 눈을 들여다보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므로 모든 상처받은 자들은 사랑할 자격이 있다. 사랑은 위안이고 치유이다.
한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함부로 날뛰는,
아무래도 다스려지지 않는 지독한 열병이었다. 숨이 막히고 열꽃이 피는 한 시기가 지나고,
몸에는 온통 상처만 남았다. 열병을 앓고 난 후, 사랑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꼭 상처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잠시 들었던 따뜻한 품 속, 잠시라도 받았던 위안, 그것이 사랑이었다. 상처도 사랑인 것이다."


긴 터널을 지나 온 느낌 같은 것...

 

  •  
  •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랑이 그런거네요..
    꼭 지난 뒤에야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거! 그 몸쓸 거!

    터널을 지난 순간, 눈이 부실텐데....
    눈을 반만 뜨시고 계시다가, 빛이 익숙해지면 눈을 크게 뜨셔야 할 터인데...
    간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터널앞에서 만나기로 하지요.^^
  •  

     

    그 하나는 이음의 작은님이신 태평양의 끝님이  달아주신 '사랑은 위안이다'라는 글입니다.

  •  

    오늘 아침 한용운님의 '사랑'이라는 시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랑이라는 것을 머리 속에 담아둔 날이었습니다.

  •  

    그래서인지,  태평양의 끝님이 달아주신 댓글이 다시 깊게 읽혀졌습니다.

    좀 낯선 이웃들의 닉을 오른쪽에 두고, 낯익은 댓글을 찾아 그 때의 느낌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 그렇군요. 사랑은 그런 것이군요.

    사랑에 상처받았다고, 사랑을 믿지 않는다며,

  • 우기는 것은 그 한 때의 아름다움을 배신하는 것이군요.

  •  

  • 한바탕 피어대는 열꽃도 꽃인 것이고, 한 번 씩 열꽃이 필 때마다 면역이 생기는 것임을

  • 더 단단한 몸이 됨을 ....

  • 그저 열꽃이 피어 아프고 힘들었던 것만 기억했던 것입니다.

  • 사랑이 남긴 흉터 하나를 인생 전체와 바꾸기라도 하려는 듯

  • 한 번의 사랑이 끝나고 나면 세상에서 나를 내 놓아버립니다.

  • 아니었군요.

  • 오늘은 아니라고 읽히는군요.

     

  • 상처가 사랑이고 상처는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 되는거군요.

    그렇게 오늘은 읽히는군요.

     

  • 난 절대 다치기 싫어!  이젠 다치지 않을거야.  다시 한 번 더 다치면 난 살 수 없을 거야...

    그렇게 우기는 것은 진정 사랑한 것이 아니었군요.

     

  • 다시 읽으니 오늘은 그렇게 읽히는군요.

  •  

    퇴근하면서 들른 이음에 태평양의 끝님이 안계셨는데,

  • 지금 만약 그 분을 뵙는다면, 좀 눈이 환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지는군요.

  •  

    다시 읽은 오늘 "사랑은 위안이다"라는 글이 참 좋습니다.

  •  

     

    댓글 그 둘!

     

    그 아래 비공개로 글이 올라와 있었더랬습니다.

    비공개라면, 비밀일테지만, 주인의 권한으로 그냥 공개합니다.

     

    저의 고등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께서 댓글을 올리고 가셨습니다.

     

    마른 잎  비공개

  •  

    주제가 사랑이네요. 사랑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는 사랑이 전부라고 했는데, 가끔은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인생이지요. 보내 준 책을 보며 안부를 들으며 블러그를 돌고 있어요. 오늘은 마음이 바빠서 줄입니다. 안동에는 향수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소영씨. 학교에서 초겨울의 스산함을 보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흐음  비공개

    선생님!
    이럴땐 뭐라고 답글을 달아야하는지^^::
    민망할 따름입니다.
    바쁘신 날들일 것 같습니다. 진짜 뭐라고 인사해야 할지... 저도 감사합니다. 더 많이요!

  •  


  •  

    전, 고3 때 담임선생님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가끔 고3때 담임선생님이셨던 기영주선생님께 책을 선물해 드립니다.

  • (그 분께서 제게 처음으로 엽서에 보내주셨던 황동규님의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 제가 교과서 외에 처음 읽어 본 시였습니다.)

  • 제게 고3이라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신 분이십니다.

  • 참 따뜻했던, 그리고 순수했던 딱 오라버니 같은 선생님!

    그 선생님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십니다.

    한번의 전화통화도, 메일도 없으십니다.

    책을 받으셨다는 말씀도 없으십니다. 이상하게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그저 참 우리 선생님 답다. 그럼서 전 웃게 됩니다. 선생님이 변하지 않으셔서 참 좋습니다.

     

  •  

    -아마 3년 전 쯤...

  • 불쑥 찾아갔던 학교에서 2학년(오른) 3학년(왼) 담임선생님과 함께 찰칵-

     

     

    그런데

  • 확실히 전 좀 나쁩니다.

  •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는 고2때 담임선생님께는 한번도 책을 보내드린 적이 없습니다.

  • 책이 문제가 아니라,그저 2학년때 선생님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아마 그 분에게도 그리 착한 학생은 아니었을거라는 자격지심도 있었을 것입니다.

  •  얼마 전 고3선생님께 책을 보낼 때

  • 책을 한 권 선물로 같이 보내 드렸습니다.

     

    정말 너무 죄송하게도.....

    선생님께서 제 블로그까지 찾아오셨습니다.

  • (사실 전부터 제 친구가 저의 블로그 주소를 알려 드려서 가끔 들르셨답니다.)

  •  

  • 그리고 비공개 댓글,..

    이제는 너무 많이 커버려(이상하다) 늙어버린(이것도 이상하다)

    아무튼 제 담임이셨을때의 나이만큼 먹어버린 제자에게 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  

    선생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 선생님께서도 어떻게 말씀을 하셔야 할지 선이 잘 결정되지 않은 듯 싶습니다.

  • 오늘 다시 그 댓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맘이 보입니다.

  • 그때는 보이지 않던, 그냥 반갑기만 하고 부끄럽기만 한 마음이 아니라

  • 선생님과 그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인간으로 만들어졌을

  • 그런 저를 보시는 선생님의 눈길이 오늘  보입니다.

  •  

    전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낯선 이들 사이에서 그 낯섬이 낯설어

    익숙한 이들을 찾아간 나의 깊숙한 곳에서 참 반가운 님들과 님들의 글을 다시 만났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저의 블로그를 찾아와서....

    허접한 글을 읽고, 주절거림을 듣고,  전 아름다운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얼마나 지났다고 그땐 쉽게 읽고 지나갔던 댓글이

    좀 시간이 지난 지금 저를 이리도 따뜻하게 만드네요.

     

    이럴때 하는 말

  •  

    "참 아름다운 밤입니다."

     

    여기 방문한 낯선 이들 덕분에 전 다시 저의 익숙한 이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모두 행복한 밤이 되시길...

    전 오늘 참 맘이 따뜻합니다.

     

    태평양의 끝님 감사하구요,,,,

    마른잎 김종섭 선생님! 더욱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