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안에서
퇴근하는 전철 안입니다.
불편하고 심사가 틀려서 화가 났습니다.
(사실, 옆에 선 여자애 둘이서 너무 떠들어서... 빽빽한 전철에서 하이소프라노로...)
음악을 귀에 꽂고 있어도
극복할 수 없었으므로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창가로 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몰두하기로 했습니다.
창가의 풍경을 찍기로...
창에다 카메라렌즈를 바짝 갖다 붙이고 셧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주절거리기 시작합니다.
진행하고 있는 전철안에서 풍경을 찍는 것
그것도 재미있지만, 유리창에 어렴풋이 비치는 카메라가 더 신기합니다.
동그란 렌즈안에 세상이 들어앉는 것인데,
유리때문에 튕겨나가 마치 유리창에 묻은 풍경같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것
그 곳에서 바라본다는 것
제대로 볼 수 없는 것
그냥 흔적만 보는 것
그저 그런 게 있구나 하고 감으로 아는 것
전철은 앞으로 계속가고, 카메라 셔터도 누르는 동안은 움직이는 것이고
내 눈만 방금 전 본 그 풍경에 꽂혀있습니다.
당연히 어디에도
내가 봤던 풍경을 없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것
그 곳에서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지구는 돌고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든 것이 진행하고 있는 것
내가 본 것은 이미 없습니다.
현란한 것들
수많은 불빛 사이에 내 빛도 있었으면,
저 어느 구석에 내가 있고, 세상에 내 자리가 있다는 표시로 작은 불똥하나라도 있었으면,
그런 거 싫은데,
아무것도 없는 듯 그냥 이렇게 있다가 스르륵 ... 그랬으면 좋겠는데,
저 불빛을 보면 또 맘이 달라진다.
한 점 불씨라고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면,
정말 그때 그때 달라요.
그때 그때 다른 나!
너무 가까이
너무 환하게
그럼 뭉게지는 것!
난 너무 가까이 가지 말 것
너무 환히 빛나지 말 것
그럼 뭉게지고 말 것이다.
그럴 것이다.
뚝 떨어지기.
삶에서 뚝 떨어지기
그래도 살 수 있는 거라면......
멈추려할 때,
멈추려할 때 그 곳엔 항상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움직이고 있을 때는 기다리는 것들이 없습니다.
그냥 모두들 움직이는 나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어릴 적,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가 멈추려 할 때 쯤이면,
엄마든 아버지이든 오빠든 누구든 내가 설 자리앞에서 두 팔을 벌려 기다리듯
움직일 때는 그저 보고만 있다가
멈추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나쁜 점이 있다면, 그건 두 팔을 벌려 기다리는 것들이 모두 좋은 것들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팔을 벌리기만 하면, 난 내려야 할 것 같은데
이제는 팔을 벌리고 기다린다고 해서 그것에 몸을 맡기면 안된다네요.
어른이 되면, 그러면 안된다네요.
그래서 돌고 있는 회전목마에서 그리고 전철역에서 그리고...
멈추기가 무섭네요.
이젠 어른인데요.
이제 그 여자애들에게서 해방입니다.
전철이 멈췄거든요. 내려야 할 전철역입니다.
내렸습니다.
그것으로 그냥 끝입니다.
내리면 그 뿐인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애들은 여전히 등 뒤에서 떠들고 있었고,
더 시끄러운 거리로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