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동곡엔 가지 마라
좋아하는 시인이라서..,. 이성복시인의 시를 한편 올립니다.
물론 주절거림은 안주입니다.
시 한편 맛나게 드시길.. 동곡서 급송함 ㅎㅎ
동곡엔 가지 마라
이성복
당신이 동곡에 간다 하면 나는
말릴 것이다 동곡엔 가지 마라
그곳에 대구매일신문 '맛자랑
동네 자랑'코너에 소개된 할매
국숫집이 있다해도 가지 마라
할매는 삼 년전에 돌아가셨다
근처 처갓집 국수가 할매집조다
맛있다 해도, 백 배 천 배 맛있다
해도 가지 마라 눌린 돼지 머리와
안뽕을 내오는 외지인 아줌마가
텔레파시를 보낸다 해도 동곡엔
가지 마라 그곳에 한번 가면 못
돌아온다 오일장 설 때마다 쌀 튀밥과
토끼 새끼 내다 파는 중절모 사내와,
식칼과 도끼 함께 벼리는 염소 수염
할배가, 삶은 황소개구리 육질을
심심찮게 찢는 젖통 큰 과부를 두고
사랑 싸움을 벌인다 해도, 밤마다
그 과부 시뻘건 두툼한 입술로 당신
입에 뜨신 바람 불어놓어주겠다 해도,
가지 마라,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가지 마라, 다시는 당신 못 돌아온다
동곡!
그 곳에 간다면, 말린단다. 시인이 말린단다.
그 곳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가려는 사람과 시인만이 눈으로 눈치채는 그런 곳이다.
내가 동곡에 가려한다면, 난 시인의 눈을 봐야 할 것이다.
시인은 가지말라는 눈짓을 한다.
하지만, 가고 싶다.
잘 알지는 못하는 곳인데, 소문에 듣자니
맛난 음식도 있다하고, 이쁜 여인네..아니 나에게는 멋진 남정네도 있다하고
그러니 난 가고 싶은 것이다.
그 곳에 가면 내 감추어두었던 욕망들의 서슬이 살아날 것 같아
난 한 번만 가고 싶은 것이다.
동곡은 그런 곳이다.
시인이 말린다. 가면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린다.
그것은,
시인이 극구 말리는 것이 심상치않다.
가봐야 할 것 같다.
동곡 그 곳을 찾아가보고 싶다.
동곡은 그런 곳이다.
동곡 갈 사람 모집합니다.
규칙1. 가서 있었던 일은 절대 비밀
규칙2. 그 곳에서는 같이 왔다는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말 것
규칙3.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혼자서 살짝 돌아가기
오직 동곡으로 발을 디딜때만이 용기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같이 갈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