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익] 우울한 샹송외 1편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에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달빛 체질
내 조상은 뜨겁고 부신
태양 체질이 아니었다. 내 조상은
뒤안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달의 숭배자였다
그는 달빛 그림자를 밟고 뛰어 놀았으며
밝은 달빛 머리에 받아 글을 읽고
자라서는, 먼 장터에서
달빛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은
이 포근한 그리움
이 크나큰 기쁨과 만나는
힘겨운 과정일 뿐이었다.
일생이 달의 자장 속에
갇히기를 원했던 내 조상의 달빛 체질은
지금
내 몸 안에 피가 되어 돌고 있다
밤하늘 떠오르는 달만 보면
왠지 가슴이 멍해져서
끝없이 야행의 길을 더듬고 싶은 나는
아, 그것은 모체의 태반처럼 멀리서도
나를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력이 바닷물을 끌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