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사모님의 사진

발비(發飛) 2005. 7. 12. 10:07

출근을 해서 사장님 책상위를 치워드린다.

메모지로 쓰시라고 포스트잇을 앞에다 갖다 두었었는데,

케이스 위에 사진이 붙어있다.

사모님 사진이 붙어있다

지난 주에 돌아가신 사모님의 사진. 아니구나 오대산 가려던 날 돌아가신 ...

명함판 작은 사진.

그 사진이 거기서 뭘하고 있었을까?

사장님은 너무나 멀쩡하게 일도 하고, 돈 벌 궁리도 하고,

나 부려먹을 생각도 하고.... 그런데.

저 사진은 뭘하고 있었을까?

그렇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거지.

보이지 않는 것이 다만 이상하고, 허전한 거지.

어느 순간

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하나 더,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되기도 하지.

지금 선생님은 보이지 않는 단계인가보다.

보이지 않아 허전하다

보고 싶다의 단계인가보다

좀 더 있으면, 절대 볼 수 없음을 알게 될텐데.

죽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텐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건데,

사진을 볼 수 없을 때가 오는데,,,

절대 볼 수 없음을 알게 될 때는 사진을 볼 수 없는데.

잃어버린 사람 옆에 있는 것은 별로다.

끊임없는 그늘을 보아야 한다.

항상 뭉게구름이  떠있어서, 바람이 불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에 그늘이 스친다.

영락없이 하늘에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다.

사람의 얼굴에 그늘이 보인다는 것

별로다,

내 발밑에 지구라는 땅위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

나무의 긴 그림자로 그늘이 만들어진 것은 인정한다. 때로 찾아들고 싶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사람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인다.

내 얼굴로 옮겨오기도 하고, 또 다른 이의 얼굴로 옮겨오기도 한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옮겨온다.

나의 그늘도 누구에겐가 그랬을 것이다.

오늘 사장님의 사진은 그늘이었다.

그 그늘은 나에게 옮겨왔다. 선명한 사진...

생전에 그 분의 얼굴을 뚫어지게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 분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 있다.

사모님이지만 바보다. 웃을 일이 있었을까?

근데 왜 웃고 있는거지?

사진을 찍을 땐 몰랐을 것이다.

그냥 이쁘게 나오기만 바랬을 것이다.

그 미소가 남은 자들의 맘을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것이다.

웃고 있는 사진은 그늘이 되어 사방으로 옮겨다닌다.

이제 사라지는 사람이 없기를....

정말 사라져서 볼 수 없는 사람이 없기를.

볼 수 없어서 아픈 사람들이 없기를....내 주위에서만이라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