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이형기]착각

발비(發飛) 2005. 7. 12. 04:21

착각

 

이형기

 

나의 발목엔

쇠사슬 족쇄가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사슬에 매다린 투포환의 대완구알같은 쇳덩이

쓰린 마음으로

애물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듯 만질 수는 있어도

집어던질 재간은 내게 없는 그것을

사람들은 지구라고 부른다

밤이면 그 쇳덩이 위에다

촛불 한 자루 켜보곤 한다

별뜻이 없는 심심파적이다

힘겹게 두어 방울 떨어지는 촛농

뜻밖에도 그것이

물기가 졸아들어 뻑뻑하고 진득대는

눈물로 착각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