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하루에도 몇 번씩 인간들은 바뀐다.
여기서 인간이라고 해서 사람을 비하하는 그런 말이 아니라, 일반명사로서의 인간을 말함이다.
하지만 인간을 다 볼 수는 없는 일, 내가 만나는 인간...
어제는 무참하게 깨진 날,
무참하게 깨진 사람과 무참하게 깬 사람
모두 그 다음날이 되면 민망한 일. 특히 자신들의 운명이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더 민망한 날이다.
한 배를 탄 듯한 느낌이 없는 사람들은 민망할 것도 없이 개기면 되는데,
이건 한 배를 탄 듯한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은 민망하다.
to 깬 사람 from 깨진 사람
깨진 사람은 깬 사람을 새로운 아침에 보자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안 마주치고 싶다. 약간은 억울하니깐 그게 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위이다.
그리고 공식적인 것만 하기. 그래서 커피를 타 드리고 사무적인 이야기 몇 마디.
그리고 깬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일에 몰입하기... 그렇게 해 주었다.
근데 속으로 기분이 나빴다.
깨지지 않아도 할 일은 했을텐데 마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제 깨졌기때문에 한 듯한
느낌이어서 그리 신이 나지는 않는다. 그냥 나의 할 일일 뿐인데..기분이 좀 그렇다.
마치 시켜서 한 일같다. 그렇지만 이러나 저러나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란다.
깨진 사람은 되도록이면 수위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to 깨진 사람 from 깬 사람
지금부터는 내가 깬 사람이라고 치고, 이야기 깬 사람도 눈을 그리 똑 바로 보지 못한다.
아마 약이 올라있었나보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로 한 일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자.좀 속상했나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약한 자가 한 명있구나. 약한 놈을 한 번 눌러주자. 그렇게 눌렀는데...
한 바탕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20분 정도 했을때까지는 진짜 깨진 사람한테 화가 났는데, 20분이 지나자 자꾸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누군에겐가 소리가 지르로 싶었나보다.
깨진 사람이 먼저가고 생각하니 찝찝하기도 하다. 아침 깨진 사람을 보기가 그렇지만, 그런 걸 서로 말로 할 필요는 없지. 아무튼 한 번 깨고 났더니, 손놀림이 빨라지는 했군, 나도 모르게 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게 된다. 이러면 깨진 사람이 얕볼수도 있는데..
깨진 사람과 깬 사람.
그들이 서로에게 민망한 것은 아마 이틀쯤 갈 것이다.
깨진 이는 푼수라 이틀즈음이면 그냥 넘어갈테고, 팔자려니 할테고,
깬 사람은 다른 상황이 좀 풀리겠지. 그럼 또 한 동안의 평화가 오겠지.
들쭉날쭉하던 콩바가지를 흔들어놓으면 가지런해지듯, 한 번씩은 흔들어주어야겠지.
깨진이여. 민망함을 거두어라.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깬이여, 민망함을 거두어라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가끔은 그렇게 확 풀어버리지 뭐, 된 통 억울하고 된 통 분하고 풀풀 거리며
남은 불기운을 다 태워버리지 뭐 기운이 남아서 그런 걸 어떡하니?
아직은 분노하고 열받을 기운이 남아서 그런 걸 어떡하니?
인간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해서 남아도는 걸 어떡하니?
할 수 없다
내가 더 가난하지 않은 것을 원망할 밖에...
한끼를 먹는 것이 목표인 삶이 아닌 것을 원망할 밖에...
방금 바깥으로 젊은 거지가 한 명 지나갔다.
거지들은 이렇게 더운 여름날에도 왜 옷을 그렇게 많이 입고 다닐까/
그 젊은 거지를 보고 생각했다.
죽지 않으려 대비하는구나. 여름이지만 겨울을 위해 버리지 않는 것뿐일 것이다.
추운 겨울을 위해 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살기 어려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나도 그러지 뭐, 지금 좀 덥지만, 그래도 두꺼운 옷을 버리지 말아야지...
인간이란 그렇게 바보 같은 머리를 쓰는 동물...
인간이란 동물은 어제와 오늘이 너무 다른 동물
언제나 그렇다는 것만 바뀌지 않는 동물...
난 그렇게 민망함을 지워가는 하루를 산다.
아마 오늘의 목계작전을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