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본소에서
주말을 지내고 출근이다.
다른 어느때보다도 오랜만인 듯 하다.
모든 것들이 다 생소하게 보인다.
정합기도, 접지기도, 무선라인 콘테이너도 모든 것이 낯설어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임에도 오늘은 유난히 낯설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주말에 영화를 잘 보지는 않는데...
어제와 그제는 영화를 보아서 그런가보다
마치 영화속에 살다가 온 느낌이다.
현실과 영화속이 구분이 안된다고 해야하나....
영화에서처럼 낯선 이와 사랑이라도 나눈듯한 느낌이다. 마치 꿈결처럼...
지금 내 앞에 있는 출발 직전의 기계들이 이제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난 현실로 돌아오겠지.
나의 현실인 이 기계들과 파지들
그들이 나에겐 때로 힘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현실이 주는 절망과 용기는 그것이 쓰더라도 그건 내 손에 잡히는 것이다,.
영화나 시에서 주는 나의 감정들은 그건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속을 한 바퀴 휘돌아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이지만, 난 그 착각속에서 잠시나마 행복하다. 그리고 현실을 살아갈 힘이 된다. 기계소음을 견딜... 본드냄새를 견딜 힘이 되는 것이다.
누구는 그런다.
현실과 감정을 구분하라고...
하지만 너무나 거리가 먼 이 두가지가 아주 멀리서부터 달려와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준다.
멀리서 온 만큼 대단한 탄성을 가진 것이라 생각된다.
항상 돌아가야 할 곳들이 정해진 고무줄같은 것이지만, 끊임없이 이 고무줄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내 삶을 유지시킬 것이다.
오늘 아침따라 낯선 기계들...
그 기계들이 얼른 돌아서 나의 머리속에 든 감정찌꺼기들을 시원하게 청소해주었으면 싶다.
아주 개운할 듯 싶다.
정신없이 책들을 나르다보면, 난 또 내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