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고명수] 은하계 바깥에서 아미타를 만나다

발비(發飛) 2005. 5. 25. 01:24

은하계 바깥에서 아미타를 만나다

 

고명수




내게는 달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가시우스 성운에 사는
금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날 경기도 광주 곤지암 2리 묵뱅이의 빌라
한켠 서재에 내가 앉아 있었다 그때 태화산에선 밤송이가 막 떨어지려
하고 있었고 나는 명상에 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혼이 빠져 나와 지상 백
미터 지점에서 서재에 앉아 있는 육신의 나를 바라보았다 측은하기 그지
없었다 다시 상승하다가 천 미터 지점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는데 더는 내가
안 보였다 그리곤 대기권을 벗어났다 한참 가니 달이 보였다 거기서 지구
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푸른 알이었다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을 지나고 태양계를 벗어났다 태양계가 다시 콩알만하게
보였다 한참 가니 은하계였다 거대한 은하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은하의 물에 잠시 목욕하고 다시 수천 수만 수억의 은하계를 지났다
별들이 광속으로 내 곁을 지나갔다 마침내 우주 바깥! 황홀의 바다!
거기 큰 대자로 누워 내 마음의 만다라를 지정해 두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은하우주로 풍덩 뛰어들어 무수한 은하계를 지나고 태양계를
지나고 명왕성 해왕성 천왕성 토성 목성 화성을 지나고 초록빛 구슬이
보였다 달이었다 어린 왕자인 양 잠시 머물러 파랗고 아름다운 알을 바라
보았다 대한민국 경기도 광주군 실촌면 곤지암2리 묵뱅이 한켠 서재에
앉아 있는 나의 몸 속으로 돌아왔다 정든 집, 心齋에 든다 그날 이후
나의 혼은 언제나 평온한 坐忘에 들어 있다

 

 

상상이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시인은 상상속에 어린왕자가 되어 우주를 오고 간다.

시간도 공간도 시인의 상상속에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

 

상상이라는 것은 경계도 없고 금지도 없지만,

누구나 상상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상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의 손에는 망치가 하나 들려져 있을 것이다.

한 손에 망치를 들고,

끝없이 쌓여져가는 벽들을 깨가면서, 자신은 연신 발을 딛는 것이다.

마음껏 우주를 날아다니는 시인.

멀리 날아가서 되도록 멀리서 자신을 본다면,

자기 연민도 생길 것이고, 자기의 자리도 보일 것이고...

멀리 떠날 수 있는 것

상상의 세계로 멀리 떠난다는 것은 자기로 부터 멀리 날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고무줄이 달려 있겠지

언젠가 자신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미친것이지....

 

상상의 자유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시인에게 묘한 질투를 느끼며,

나도 한 손에 망치를 들고 있어야 겠다 싶다.

 

휭하니 나도 이 순간 저 멀리 우주의 강물에 목욕 한 번 하고 왔으면 좋겠다

세상이 달라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