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지금쯤 동백은

발비(發飛) 2005. 5. 18. 14:14

지금쯤 동백은 무얼하고 있을까?

 

사진을 찾다가,동백사진이 나왔다.

지난 봄...벌써 지난 봄이란다.

선운사에서 보았던 동백인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댕강 댕강 목을 다 떨어뜨리고 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보아하니,

동백은 잎도 시들지 않고, 많은 새 잎을 내지도 않는 듯 싶던데,

이제부터 동백은 뭘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선운사나 향일암이나, 오동도나 동백꽃 피는 봄이 아니고는 가 본 적이 없다.

꽃피우지 않을때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매화라면, 열매를 맺고 있을 것이고

개나리라면 새 잎을 피우기에 한 창이고,

목련도 잎을 키우기가 한창이고,

모두들 할 일이 많은 듯 싶은데, 동백은 무엇을 할까...

 

혹시 지금부터 꽃을 품고 있는 것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동백꽃을 댕강 떨어뜨리고 나서, 시들어 떨어진  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절정일때 떨어뜨린 꽃이라 꽃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

지금부터 또 꽃을 품고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게 품고 있는 꽃 동백....

 

이른 봄에 꽃이랄 수 있는 꽃을 떨어뜨려 보내놓고,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어,

보낸 시간부터 다시 피울 생각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백나무다.

무심히 속으로 꽃을 틔우고 품어..

겨우내내 봉오리로 봉오리로 지키고 있다가...

시퍼렇게 얼어도 봉오리를 지키고 있다가

빨간 꽃 피우는 걸 보고는 더는 곁에 둘 수없는 마음약한 동백나무.

그토록 붉은 꽃을 옆에 둘 수 없어,

마치 자신의 짝이 아니라는 듯 세상으로 보내어 주는,

 

동백꽃은 어떤가?

밀려 밀려 나무에서 떨어지고도 노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한동안 그 모습으로 나무만 보고 있는 동백꽃

때론 계곡물에 흘러내려가도, 꽃잎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그 모습으로 작별하고 떠나는

대단한 것들이다.

꽃과 나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백나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옆에 보이는 동백꽃들이 하도 이뻐서...

자꾸 보면서... 참 애닯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환생할 꽃을 기다리는 기도를 드리고 있을 동백나무여....

푸르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