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intro-
지금 무엇을 아무도 모른다
누가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살지 아무도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어른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른다.
-보도블럭에 끼어 있는 풀꽃들-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랍니다. 엄마와 아버지가 모두 다른 네아이.
아이가 많으면 집을 빌려주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동생 셋은 트렁크에 짐인채로 이사가 들어온다,
어머니 케이코와 아키라, 교코, 시게루, 유키
엄마가 만든 규칙들....나가지 말 것, 큰 소리내지 말것,
엄마의 생각...학교에 안가도 훌륭한 사람은 많다
이렇게 말하는 엄마지만,나쁜 엄마가 아니다.그냥 아이같이 귀여운 엄마다.
큰 아들 아키라는 일하는 엄마를 대신하여 살림도 다 하고,
엄마는 마치 아이의 아들같은 엄마다.
엄마는 돈많은 남자를 만나 이 아이들을 모두 같이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될까?
그런 엄마가 다시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아키라에게 잠시 집을 비운다면서 동생들을 부탁하고, 돈을 남겨놓고 집을 나간다.
엄마가 돌아왔다. 밖에도 나가지 않는 아이에게 가방을 선물하는 엄마.....
항상 유쾌한 엄마의 눈물을 본 아키라.
그리고 엄마는 다시 나갔다.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네명의 아이들이 살아간다.
돈이 떨어지고, 편의점의 유통기간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공원의 물을 받아 식수로 쓰고, 모든 것은 밖에서 해결한다.
왕따 당한 여자 아이와 서로를 위로하면서 살아간다.
살아간다.
살아나간다.
그 아이들이 발견한 것..풀씨..풀에도 꽃은 핀다.
사방에서 주워온 컵라면 그릇, 온갖 일회용 그릇들에 풀씨를 심고
베란다에서 키운다.
그 곳에서 풀들은 자라고 꽃은 피고...아이들은 풀을 키운다.
지쳐가는 아키라...
그러던 날...아키라가 지친 날
하지만, 아키라는 처음으로 대타로 또래 야구단에서 야구를 했던 날
그래서 웃었던 날. 그 날
유키는 의자에 올라섰다가 넘어져서, 그대로 죽는다.
죽은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아키라는 처음 이 집으로 이사올 때처럼 트렁크에 넣는다.
그동안 자라서 좀더 큰 트렁크에 넣어야 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좋아하는 유키를 위해 비행장 옆에다 트렁크를 관삼아 묻어준다.
그리고 또 살아간다.
모양은 연명하는 것인데...그들은 밝다.
눈부신 밝음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밝다, 오후 3시의 빛만큼 밝다.
눈부시지도 어둠도 묻어있지 않는 어느 봄날의 오후 세시정도의 밝음이다
살아가서 자라는 아이들.
이즈음이면, 어떤 어른으로 자랐을까는 궁금하지 않다.
오후세시정도의 밝음으로 살아가고 꽃피우고 열매맺고 씨만들고.. 살아가는 것이니까.
나중에 이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넘어갔고, 엄마도 돌아왔단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냥 잔잔하기만 해서 아무생각도 없었다.
난 사실 이 영화가 무지 슬플 것 같아 충분히 울 마음에 준비를 하고 갔었다.
손수건도 챙기고,,,, 원없이 울어야지 하고 갔었는데..
미소만 짓다가 왔다.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가는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으니, 의미는 그냥 오는 것이다. 살아야 하는 의미.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이다운 아이들이 나와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아이들의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에게 말한다.
"당신들도 아무도 몰라요. 당신들은 뭘 아나요?"
"누구도 당신을 몰라요. 당신도 다른 사람은 모르잖아요"
"그러네요...저 아이들처럼 우리도 아는 것이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네요.."
알려고 하는 것,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괴로워하는 것
... 어른이 되어 어리석어지는 것 중 하나
아이들이 말해줍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살아간다.
키가 자라고, 변성기가 되고, 꽃이 피고 , 열매가 맺고, 씨를 만들고,
세상의 모든 것은 살아간다는 것...
보도블럭 사이에 끼인 풀꽃,,,,아무도 몰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아름답게 산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간다...
하룻밤 자고 나고 묵혀더니 갑자기 할말이 많아지는군.
영화를 보러가는 날은,
몸이 많이 피곤한 날, 머리가 복잡한 날, 슬픈 날, 혼자고 싶은 날, 내가 싫은 날
그런 날들은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고 잊어버리고 맑아져서 나온다.
어쩌면 난 나의 해독법을 알고 있는 약은 애일수도 있다.
나의 해독방법을 알고 있다. 말하고 보니 그 방법도 좋네..
누구의 말대로 영화 한 편만 보여주면, 다 잊어버리는 단순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