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영원한 사물에 대하여
영원한 사물에 대하여
김용길
화사한 햇살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니
푸르른 들과 울긋불긋한 꽃들 날으는 새들
문득
이 굽이치는 것들이 신의 몸통 속 아닌가
내가 내 몸 보듯 그의 몸을 바라보아 나아가며
쨍그렁 쨍그렁 울리는 그의 음악을 따라
멀리멀리 달리고 내달리어 오르고 싶었다
너에게 전화를 걸고 경춘가도를 내달리어 가도록
그 진정한 바람이 푸르게 불어오고 더러
내뿜는 매연이나
악취 나는 쓰레기통도 그의 몸이므로 이유는 있으리라
강변의 퀘퀘한 방가로나 러브호텔도
신의 몸인 너와
함께라면 불륜이라도 좋아라
내가 네 위에 겹쳐져 두 그림자가 물밑으로 흐르며 기쁘고
안개 피어나는 그 강변에 손잡고
앉을 때
우리 안에 있는 신이 피어나며 안개로 번지는 불
아 타오르는 것들이 하늘에 가득 자욱하고
그 기둥 안에
살아 있는 기쁨이 용오름으로 넘치네
내 삶 이전에도 그는 있었고
나의 죽음 이후에도 그는 있으리라
죽음과 함께 멸망하지 않는 신의 몸을 나는 느낀다
신은 지금 내 손끝에 있고 네 머리
속에 있고 저 들판에 있다
또한 너와 내가 돌아온 저 경춘가도에 안개를 피우며 있을 것이다
우리가 탔던 배로 떠 있고 그 배 안에
연인으로 있을 것이며
또한 너와 나로 지금 헤어지고 있느니*
시를 읽으며,
같이 숨이 가쁜 것.
이 시를 읽고 숨이 찼다.
마치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내가
잘 달리는 누군가를 쫓아,
뭔가를 보고 마구 달리고 있는 누군가를 쫓아
나도 그것을 보기 위해 덩달아 달리고 있는 느낌
숨은 찬데, 그래도 궁금해서 같이 달리는 ...
시인의 호흡은 이리 급해야 할 듯 싶기도 하다.
절정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것인가.
때로 어떤 시의 경우에는
가라앉히고 가라앉혀서 같이 눈물짓게 하지만,
이 시처럼
같이 흥분이 되는
무엇을 쫓아가는 지는 보이지 않지만,
뭔가 흥분될 만한 일이 있는 것처럼 쫓아가는
그리고 안도하는
뭔가를 보지는 못해도, 결승점까지는 따라온 듯한
한 번 숨을 멈추지 않고
한 번 쉬지 않고
따라 달려갔다.
그게 흡인력이라는 건가...
그렇구나.
(또 손이 가르쳐주는구나)
난 그게 무얼까 그러는데,,, 내 손이 흡인력이라고 두드려준다.ㅎㅎㅎ
긴장감...
아무튼 긴장하고 숨 못 쉬고 읽어내려간 시다.
영원한 사물? 흐음~
영원한 사물이라는 말만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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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소리내어 읽었다.
권한다.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시는 소리내어 읽어보면, 잘 들린다.
좋다.
좋네요.
절정으로 올리는 법 아는 사람?
흥분을 유지시키는 것을 아는 사람?
손 좀 들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