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김용길] 영원한 사물에 대하여

발비(發飛) 2005. 5. 9. 01:49

영원한 사물에 대하여


                                    김용길


화사한 햇살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니
푸르른 들과 울긋불긋한 꽃들 날으는 새들
문득 이 굽이치는 것들이 신의 몸통 속 아닌가
내가 내 몸 보듯 그의 몸을 바라보아 나아가며
쨍그렁 쨍그렁 울리는 그의 음악을 따라
멀리멀리 달리고 내달리어 오르고 싶었다


너에게 전화를 걸고 경춘가도를 내달리어 가도록
그 진정한 바람이 푸르게 불어오고 더러 내뿜는 매연이나
악취 나는 쓰레기통도 그의 몸이므로 이유는 있으리라
강변의 퀘퀘한 방가로나 러브호텔도
신의 몸인 너와 함께라면 불륜이라도 좋아라


내가 네 위에 겹쳐져 두 그림자가 물밑으로 흐르며 기쁘고
안개 피어나는 그 강변에 손잡고 앉을 때
우리 안에 있는 신이 피어나며 안개로 번지는 불
아 타오르는 것들이 하늘에 가득 자욱하고
그 기둥 안에
살아 있는 기쁨이 용오름으로 넘치네


내 삶 이전에도 그는 있었고
나의 죽음 이후에도 그는 있으리라


죽음과 함께 멸망하지 않는 신의 몸을 나는 느낀다
신은 지금 내 손끝에 있고 네 머리 속에 있고 저 들판에 있다
또한 너와 내가 돌아온 저 경춘가도에 안개를 피우며 있을 것이다
우리가 탔던 배로 떠 있고 그 배 안에 연인으로 있을 것이며
또한 너와 나로 지금 헤어지고 있느니*

 

 

시를 읽으며,

같이 숨이 가쁜 것.

 

이 시를 읽고 숨이 찼다.

마치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내가

잘 달리는 누군가를 쫓아,

뭔가를 보고 마구 달리고 있는 누군가를 쫓아

나도 그것을 보기 위해 덩달아 달리고 있는 느낌

숨은 찬데, 그래도 궁금해서 같이 달리는 ...

 

시인의 호흡은 이리 급해야 할 듯 싶기도 하다.

절정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것인가.

때로 어떤 시의 경우에는

가라앉히고 가라앉혀서 같이 눈물짓게 하지만,

이 시처럼

같이 흥분이 되는

무엇을 쫓아가는 지는 보이지 않지만,

뭔가 흥분될 만한 일이 있는 것처럼 쫓아가는

그리고 안도하는

뭔가를 보지는 못해도, 결승점까지는 따라온 듯한

한 번 숨을 멈추지 않고

한 번 쉬지 않고

따라 달려갔다.

그게 흡인력이라는 건가...

그렇구나.

(또 손이 가르쳐주는구나)

난 그게 무얼까 그러는데,,, 내 손이 흡인력이라고 두드려준다.ㅎㅎㅎ

긴장감...

아무튼 긴장하고 숨 못 쉬고 읽어내려간 시다.

영원한 사물? 흐음~

영원한 사물이라는 말만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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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소리내어 읽었다.

권한다.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시는 소리내어 읽어보면, 잘 들린다.

좋다.

좋네요.

절정으로 올리는 법 아는 사람?

흥분을 유지시키는 것을 아는 사람?

손 좀 들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