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겨듣는 曰(왈)
[일상] 해를 등진다는 것
발비(發飛)
2020. 8. 26. 08:35
파주 출퇴근길을 좋아하는 이유, '해를 등진다'는 것이다.
가양대교에서 자유로 진입하는 삼사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동쪽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여름의 아침해는 눈부시고 뜨거웠다.
태양은 그의 무시무시한 직사광선으로 그 도시를 내리 누르고 있었다.
<보들레르, 아름다운 도로치> 중에서
그 짧은 거리를 지나 해를 등지고 서쪽을 향했을 때,
나무가 보이고, 꽃이 보이고, 길이 보였다.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퇴근길에는 떨어지는 해를 등진다.
등진 해는 마주한 풍경에 아침과는 다른 색으로 필터링을 걸어준다.
내가 유난히 파주 출근길을 좋아하는 것은 해를 등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해를 등지면,
선명하고, 아름다워진다.
뿐만 아니라 조용해진다.
나는 재빠르게 말을 좀 더듬으면서 그리고 자기의 범행을 시인학 그것은 태양의 탓이라고 말했다. 법정 안에서 크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카뮈, 이방인> 중에서
여름의 '해'때문에 살인을 한 뫼르소,
'해'를 등졌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