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대로 映畵.演劇

[임순례] 리틀포레스트

발비(發飛) 2018. 3. 2. 15:59



드라마  한국  103분  2018 감독: 임순례


어제는 삼일절, 

주중에 끼인 휴일이라 그런지, 평일 일어나는 딱 그 시간에 눈이 떠졌다. 

평일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지라 개봉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틀 포레스트를 조조로 봤다. 

원작인 일본 만화와 영화를 모두 좋아했던 지라, 우리의 버전은 어떨까 내내 기대했다. 

더구나 임순례 감독이니 더욱 그랬다. 


김태리. 역시

류준열, 역시. 딱이다. 


두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았다. 부러웠다. 


나를 포함한 서울 사람들이, 아침 아홉시에 극장에 와서 시골을 보고 있다. 

같이 보고 있던 몇 명은 혜원처럼 편의점 알바에, 학교에,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을테고, 

같이 보고 있던 몇 명은 혜원 엄마(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처럼 그곳을 떠나온 사람일테고, 

각각 그러한 사람들이 영화 속 그 곳을 보고 있다. 


울 일은 없는 영화다.

그런데 몇 번 눈물이 났다. 



-잠시 딴 소리-


이 영화를 보고 왔다며, 친구에게 추천을 했더니,

재미있었냐고 하길래,

울기도 울고, 웃기도 웃었다고 했더니.

눈물이 날 정도면 감동적인 영화였군,

그런다.

급히 말을 정정했다.

"아니야. 나는 이상해서 운 거야.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분명 이상한 지점에서 눈물이 났다.


-잠시 딴 소리 끝-



그리고 부러웠다. 

혜원의 엄마가 혜원의 뿌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하는 말, 

혜원이 도시에서 흔들리고 흔들릴 때 그 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올 곳이 있었다는 것, 

나는 혜원처럼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 돌아가, 열쇠로 감겨진 문을 열고, 익숙하게 스위치 찾아 전등을 켜고, 

몇 톨 남지 않은 쌀로 밥 한 그릇을 해 먹을 수 있는 곳, 혹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레시피, 

... 모두 없었다. 


누군가에게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준 적도 없었다. 


흔히 돌아갈 곳을 어떤 물리적인 땅이 아닌, 부모, 엄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좀 다른 것 같다. 


인간인 부모와 엄마가 아닌 대지, 땅, 자연 이런 것들은 분명히 다른 것 같다. 

무한한 것, 그래서 이길 수 없는 것, 그렇다고 배반도 없는 곳,

그곳에서 먹는 밥은 배가 아프지 않겠지. 

나는 식당 밥을 연이어 두 끼만 먹어도 배가 아프다. 

그래서 늘 먹는 것이 편치 않는데, 배가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도,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도 배 아프지 않는 밥을 먹는다. 


나도 혜리처럼 내가 좋아한다고 늘 말하는 삼각김밥과 c&u의 도시락을 생각한다.  


일본 원작의 [리틀 포레스트]가 귀농의 일상이었다면, 그리고 음식에 관한 다이어리였다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일상의 느낌보다는 인간의 뿌리, 현대인의 헛헛함에 대한 질문이고 대답 같았다. 

류준열은 감독의 입인 듯이 말한다. 


딸과 엄마.

해야 하는 시간과 하지 않아야 하는 시간에 대해서도 찌릿할 만큼 좋았다. 

아마 다운로드가 가능한 시간이 되면,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두고 두고 보는 것처럼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도 두고두고 볼 것 같다. 


울컥 울컥했던 영화. 

행복했던 영화. 


그런데...나는 그곳도 없을 뿐더러 그곳에 있는 제하도 은숙도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혹시나 하며 어제 오후는 마음속에, 기억 속에 마구 누굴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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