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휴가
일주일의 휴가, 토,일 합해서 9일간의 긴 휴가는 서울에서 마치 직업이 다른 사람인 듯 보냈다.
<아파트 매매>
몇 년간 눈독 드리던 작은 아파트가 있었다.
단지 안에 구립 스포츠센터가 있고, 예쁜 놀이터가 있고, 10분 좀 더 걸으면 산이 있고, 전철역은 오분 거리에 있다.
그 곳에 살면 일상이 생길 것 같은 곳이었다.
갑자기 그 작은 아파트를 샀고, 더 작은 아파트를 팔았다.
3주전 토요일 오전 슈퍼가는 길에 부동산에 들러
'이 아파트 팔고, 저 아파트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한 뒤 3시간 만에 그렇게 되어버렸다.
작은 아파트는 25년이 넘어 집 전체를 리모델링 해야 했고,
더 작은 아파트는 임대를 부업으로 하는 분이 사서, 전세가 잘 빠져줘야 했다.
<전세 빼기>
작은 아파트에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 부부는 무슨 까닭에서 인지,
집 주인과 서로 원수가 져서 내용증명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집을 보지도 못하고 결정했다.
아파트가 다 똑같지, 하면서.
핑계를 대자면, 그 단지에 아파트가 나오지를 않았다. (그래도 그럼 안돼! 후회했다)
내게 집을 판 30대 초반의 아가씨는 매매계약서 초안에 추가사항으로 그 세입자와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매매 계약 단서조항을 달아 놓았었다. 그 옆에 앉은 엄마도 엄청 결연했다.
어차피 매매계약이 이루어지면 집을 산 사람의 책임이니 그 조항은 필요 없는 사항이라고 설득을 했는데도 막무가내다.
세입자를 미치도록 싫어했다.
세입자도 집 주인을 미치도록 싫어했다.
서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엮인 작은 아파트를 계약하는 일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진을 빼는 일이었다.
계약이 완료된 후 작가에게 하듯, 엄청나게 친절하게 세입자에게 그 동안 변한 상황에 대해 문자를 보냈고,
세입자는 원래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듯 친절하게 집을 보여줬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두 집안?은 서로를 그렇게 싫어할까? 궁금했지만 참았다.
작은 집의 전세를 무사히 뺄 수 있게 되었다.
....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더 작은 아파트는 기분 좋은 매매였다.
성격이 무지하게 급하지만, 유쾌한 아저씨의 부인과 계약을 했다.
안 싸우는 사람들!
아내의 이름으로 집을 사면서, 이걸 기억해야 돼! 이걸 잘 챙겨야 돼! 자신에게 말하듯 그 부인에게 말했다.
흠칫뽕, 그 아저씨의 부인의 반응은 애교스러웠다.
그 부인은 나와 동갑이면서 한 달 차이였다.
매매는 되었지만, 전세가 나가야 했으므로 적극적으로 집을 오픈했다.
지난 일주일 휴가 기간 동안 여섯 번 집을 보여줬고, 금요일 오후에 집이 나갔다.
상황 종료.
<리모델링>
25년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작은 아파트는 올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수리를 했을 것이다.
나는 보편적인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한다. 집은 회사가 아니니까 늘 참고 싶지 않다.
블로그 검색으로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봐야 했고,
샷시, 도배, 바닥, 욕실, 싱크대, 타일,,,, 하나에서 열까지 상상을 해야 했다.
마치 퍼즐처럼 다른 것들이 하나로 꿰어질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가지도록, 돈에 맞도록 상상하고, 지우고, 상상하고 지우고, 수없이 반복했다.
결론은 올 화이트! 거기까지 가기가 정말 힘들었다.
을지로 4가에 갔다.
업체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되겠지만, 그들은 분명 뭔가를 고르라고 할 것이고, 고르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고 싶었다.
조명도 보고, 타일도 보고, 수전도 보고, 파이프도 보고, 선반을 할 앵글도 봤다.
을지로를 다녀오니, 견적을 받은 5개의 인테리어 업체 중에 한 곳을 결정할 수 있었다.
도배지, 필름지, 싱크대, 타일, 도기, 방문, 샷시도 고르고, 철거할 곳, 확장할 곳, 빌트인 할 곳 등을 최종 결정하고 계약을 했다.
최종이라고 생각한 말했던 것들 중에 몇 가지가 하루 만에 바꼈다.
아직 인테리어 사장님께 말하지 않았다.
또 바뀔 거니까, 거의 부속물들이라 최대한 늦게 말해야지.
7년 전 이사 때보다 나아진 점이다.
<대출받기>
지난 해 말, 더 작은 아파트의 융자를 모두 갚고, 가계 부채가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며, 친구랑 파티를 했다.
반년 만에 다시 다소 무리한 금액의 가계부채가 생긴 거다.
죽자 살자 회사를 다녀야 한다.
대출을 받은 다음날 뉴스에 지난 분기 가계부채률이 엄청 높으며, 그 중 주택담보대출이 탑이라고 했다.
나 때문이다!
정말..., 다행히 더는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 (혼자 다니는 여행, 나의 기억에서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지고 마는 혼자 여행, 노!)
대출 신청을 하던 날, 대출 창구의 번호표를 받고,
한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청원경찰의 말에 시간에 맞춰 나갔다 들어오는데 마침 내 번호가 뜬다.
바로 창구로 직행했다.
등 뒤에서, "저 여자는 뭔데, 특별대접인데?"
저 여자는 나였다.
나보다 한 번호 뒤의 여자, 두 시간을 기다렸다고 소리친다.
두 시간을 기다린 자신보다 돈 많고 빽 있는 저 여자부터 챙겨준다고,
지점장이 아니라 은행장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청와대에 가서 서민에게 함부로 하는 이 은행의 갑질을 고발하겠다고,
내가 은행에 있는 동안 소리쳤고, 은행원들이 번갈아가며 그 여자를 달랬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집에 돌아온 후 담당 은행원의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 사인 하나를 빠트렸다며 다음날 와 달라고 했다.
그 여자는 은행 문을 닫은 여섯 시에 돌아갔다고 했다.
친구에게
"나..., 돈 많고 빽 있는 여자로 보여?"
"하고 싶은 말이 뭔데?"
"......ㅋ"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였을까?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