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加油!

발비(發飛) 2016. 12. 5. 13:41


기름을 붓다.


지난 중국 출장 중 미팅을 마치고, 뭔가 잘 해보자며 그러던 중

갑자기 내 머릿속 어디에 저장되어 있었던 것인지, 짜요! 라는 말이 생각났다. 

화이팅~ 뭐 이런 뜻.

그래서 내가 짜요~했더니, 모두들 빵 터졌다. 

정말 '짜요'는 파이팅이었고, 마무리자리에서 짜요를 엄청나게 했다. 


<잠시 딴 이야기> 

그 자리 후에 북경의 어느 카페에 들어갔는데, 홍차라테를 주문했다. 

그런데 홍차 위에 얹혀진 우유거품이 너무 짠 거다. 

이것도 짜요~, 왜 짜요..., 통역하던 이가 설명을 해줬고, 모두들 또 빵 터졌다. 

그날은 '짜요'의 날이 되었다. 


지난주 무슨 일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힘내라고 말해야 할 때가 있었다. 다시 짜요가 생각났다. 

그래서 원래 짜요의 뜻이 무엇인지 네이버에서 찾아보았다. 


加油 [jiāyóu] 힘을 내다. 파이팅! 격려하다. 응원하다. 기운을 내다. 한 층 더 노력하다.


깜짝 놀랐다. 기름을 붓다가 파이팅이었다. 기름을 부은 듯이 타올라라? 

멋진 은유.

뜻을 머금은 언어, 한자라서 가능한 이야기일거다. 

대부분 한자 단어들을 해석하면, 하나의 이야기가 반듯하게 생긴다. 


그에게 짜요! 라고 말하고, 加油!라고도 덧붙여주었다. 

신기한 단어라며, 깜짝 놀라며, 이 단어를 확장시켜 새해 새로이 시작하는 일에 콘셉트로 삼아야겠다고 해서 무척 기뻤다. 

한 건 한 셈이다. 


오늘은 새로운 날, 온 몸이 텅 비어 새로운 날인 느낌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 청와대 가장 근거리를 갔을 때도 텅 빈 느낌이었고, 

무슨 큰 일이나 한 듯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일요일 내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잠시 깬 순간 깊은 생각에 잠기고, 깊고 탁한 생각에 잠겼다가 지치면 또 자고, 

그러기를 반복했더니 머릿속이 텅 비었다.

요즘 다시 재발한 위경련으로 하루내내 사과 두 알로 허기를 면하고, 물도 안 마셨더니, 뱃속도 텅텅 비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텅 빈 때라면 누군가 내게 온 마음을 다해 짜요를 외친다 해도 그의 응원이 내게 힘을 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짜요加油는 단어의 의미만 보자면 '더한다' '보탠다'는 의미가 강하다. 

누군가에게 화이팅을 외친다면, 그것은 응원할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위해, 향해 움직이고 있을 때이다. 

거기에 힘을 보태는 것, 기름을 더 부어주는 것이 화이팅인 셈이다. 뜻이 명료해지고 디테일해진다.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화이팅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것은 무기력하게 공중분해될 확률이 높다.

말이 에너지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의 말이 에너지가 되려면,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려면,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하고 나아가는 중이어야 한다. 


짜요加油! 멋진 말이다. 



김현식이 병상에서 만들었다는, 그리고 전인권 또한 아팠을 때 불렀다는 <다시 처음이라오>

짜요와 참 다른 방향이지만, 끝과 끝은 만난다. 이 노래를 종일 흥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