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야네스 파티
지금은 홀로 파티 중 알베르게의 이쪽저쪽 테이블이 모두 실티아고 북쪽길 순례자들이다. 서로들 시끌거리는데, 모두 유럽인들인 듯 영어는 안 들리는데 나는 투명인간이다. 식당 가운데 자리에서 라자냐와 바케트, 와인 한 잔 가득. 이렇게 파티다.
안녕, 너무나 아름다운 야네스여! 야네스가 사람이라면 분명 남자는 아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루이역으로 나오는 수잔 스랜더, 나와 야네스의 감정공유가 그런 느낌이 든다. 단 며칠이지만 어제와 오늘 걸었던 SAN PEDRO WALK, 오늘 오전에 걸었던 SAN ANTON WALK, TORO BEACH.. 그리고 THE CUBES OF MEMORY. 누군가 함께 걸었던 듯, 누군가의 속내를 본 듯, 술 한 잔을 두고 속을 나눴던 듯 그렇다. 와인한 잔 가득 마시며 속절없는 이별파티를 한다. 한스와 그랬던 것처럼. 한스와의 만남도 그랬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비가 오기 시작한 나헤라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바에서, 배낭을 매고 순례자인 티가 났기에 합석을 해, 비가 그칠 때까지 두시간을 더듬더듬 이야기한 것이 다였다. 그리고 다음날 씨유 ᆢ, 만남은 그렇게 늘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상황에서가 중요한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만남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이번에 생각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만남. 내일 오전에 페바를 타고 야네스를 떠나 RIBADEO 리비데오로 간다. 이 곳 또한 알지 못 했던 곳인데 가기로 했다. 스페인은 카톨릭이니 성당. 성당을 카테그랄이라고 하는데, 주로 대성당을 일컫는 말이다. 리바데오에 바다 카테그랄이 있다고 했다. 하루 두번 썰물 때 나타나 한시간 정도를 보여주고 바다 속으로 잠겨버리는 바다 대성당이 있다고 해서 오직 그것을 보려고 간다.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고 싶어서, 일단 만나봐야 아니까ᆢ남들이 다 좋다는 로고로뇨나 부르고스가 내게는 별로였듯이 사적이고 주관적인 나의 취향 추적이다.
리바데오는 산티아고 북쪽 순례길에 속해 있다. 그러고보면 길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그 길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길이 아니더라도 그 길과 비슷한 혹은 그 길의 기억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바라보는 것이지 싶다. 지나간 길이 영원히 끊어져 자신이 그 길을 걸었던 흔적조차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수도. 그 길 고통이나 상처처럼 내게 좋지 않았던 것이라면 더욱 그 길을 보게 된다. 고통이나 상처를 극복하거나 흔적을 없애고 싶은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내일 리바데오를 간다. 될 수 있는대로 알베르게에서 욱으려고 하는데 좀 늦은 시간에도착할 것 같아 숙소가 여러모로 걱정이다. 무니시팔이라고 부르는 공립알베르게밖에 없는데, 나는 산티아고 프랑스길에서 주로 무니시팔 알베르게에묵었고, 빈대의 습격을 받았다. 그래서 걱정이다. 알베르게가 아니면 호스텔인데 싱글룸을 혼자 쓰기엔 비싼거지. 도미토리가 없는거다. 이틀이나 리바데오에 있어야 하는데 이래저래 걱정인데ᆢ그냥 가기로 한다. 상황에 닥쳤을 때 그냥 선택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