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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로 삭혀진 겨울
발비(發飛)
2012. 11. 12. 17:38
너가 아는 것 이상 나의 일상은 따분하다.
사랑은 도발이며 흡수이며 반항이며 거부이며 하나이며 당기는 것이며
미는 것이며 비명이며 감탄이며 나는 사랑을 쫓다가 삶을 마친다.
춥다. 그런데 더 추워질 것이다.
그러하여 춥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몸을 후들후들 떤다.
일이 나보다 커서 일 속에 있는 나는, 나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이 일정으로 우리가 해 낸다면..., 해 낼 수 있다면..., 했는데, 우린 벌건 얼굴로 해 내고 말았다.
가위를 두고 그가 떠났다, 10년 내내 나의 머리를 만져주던, 뽀글 파마머리로, 쭉 뻗은 머리로,
저 맘 꼴리는 대로 하던, 내 흰머리를 처음 발견했던, 뽑아주던 , 중국으로 가요. 라고 적힌 쪽지.
갑, 을만 있는 계약서를 쓰다가, 갑, 을, 병이 있어야 하는 계약서를 쓰게 되자,
갑, 을, 병. 세 손가락을 꼽는데, 상관없는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통에, 눈은 거기에 꼽혔다.
겨울은 이렇게 오해로 삭혀진다.
썩지도 못하는 계절인 겨울에 겉만 멀쩡한 내가 이렇게 삭혀진다.
나를 콕 찍어 맛을 봐.
원래 그 맛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