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

[크리스티나 로제티] 오르막길

발비(發飛) 2008. 7. 31. 12:07
LONG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셔요.
머리맡에 장미 심어 꽃 피우지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말아요.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 그대가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줘요.
아니, 잊으시려면 잊어주셔요.

나는 나무 그늘을 보지 않겠고
비 내리는 것도 느끼지 않겠어요.
나이팅게일 새의 구슬픈 울음 소리도
나는 듣지 않으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누워 있어 꿈을 꾸면서
나는 그대를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릅니다.

 

 

생일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의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개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무엇이 무거울까?


무엇이 무거울까?
바다모래와 슬픔이.

무엇이 짧을까?
오늘과 내일이.

무엇이 약할까?
봄꽃들과 청춘이.

무엇이 깊을까?
바다와 진리가...

 


 

ARTICLE

오르막길

 

크리스티나 로제티

 

길이 언덕 위로 내내 구불구불한가요?

그래요, 끝까지 그래요.

오늘 여정은 하루 종일 걸릴까요?

아침에 떠나 밤까지 가야 해요. 내 친구여.

 

그런데 밤에 쉴 곳은 있을가요?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집 한 채가 보이지요.

어두워지면 혹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까요?

그 여인숙은 틀림없이 찾을 수 있어요.

 

밤에 다른 길손들을 만나게 될까요?

먼저 간 사람들을 만나겠지요.

그럼 문을 두드려야 하나요. 불러야 하나요?

당신을 문간에 세워두지는 않을 거예요.

 

여행에 고달프고 허약해진 몸, 평안을 얻게 될까요?

고생한 대가를 얻겠지요

나와 그곳에 온 이들 모두 잠자리가 있을까요?

그래요, 누가 찾아오든 잠자리는 있어요.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의 공지영편에 나오는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이다.

 

언제 읽어도 너무나 안심이 되는 시라고 소개한다.

안심, 불안을 근거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안심은 미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오르막이면서도 구불구불하기까지 한 길

해가 저물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집

혼자

피곤한 몸이 쉴만한 집

 

... 이것들은 현재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아침에서 밤까지 정해진 시간

여인숙

마중나온 사람

잠자리

 

... 이것들은 앞으로의 내가 가지고 싶은 상황이다.

 

모두가 다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 안에 가득한 걱정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듯

모두가 다 가능하다고 한다.

누군가가 이미 그렇게 되게끔 만들어놓았다는 어투이다.

 

최악의 상황을 주고, 최선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마치 최면처럼 ....

이 시를 읽는 동안에는 취한 듯 평화로워진다.

그래 현재는 영원할 수 없지만, 미래는 영원한거야.

영원에는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잖아....

 

비비꼬여 말을 받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싹트는 한 점 생각.

 

"그렇게 이루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