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승] 그리고 계속되는 밤
그리고 계속되는 밤
황병승 알코홀릭alcoholic, 그것은 연약한 한 존재가 자신을 열정적으로 위로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빠질 때까지, 더 나빠질 때까지
스스로 대답해야하는 존재들, 끝없이 질문하는 존재들과도 같이, 지구 바깥에, 허공에 집을 짓는 사람들
그런 시절이 있었지 종교를 갖는다는 것, 찬물로 세수를 해라 이 엄마가 죽도록 때려줄 테다
공허해질 때까지 더없이 공허해질 때까지
언젠가는 밤새도록 책이란 것도 읽었지 위이트리스waitress, 네가 먹을 음식과 네가 먹다 남긴 음식을 치워주겠다는 뜻이다
나빠질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나빠질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정답이 여기 있었네. 말을 할 수 없다. 뭔가 차오르는 것을 말을 할 수 없을 때, 난 취했을 때의 내가 좋아 하고 단호하게 말한 적이 있었다. 취해서... 어디에 숨어도 나에게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 왜? 답은 하나일 뿐이지만 질문하는 사람은 모두 달라... 모두 다른 사람은 모두 다른 대답을 원해. 난 알지. 내게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위해 내 입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그럴 때 난 내가 마치 16살인 듯 웃고 말지. 그럴 때 난 70 할머니처럼 웃고 말지. 대답은 없었다. 그들은 대답을 들었다고 하지. 대답은 없었다. 나빠져야해, 아주 더 나빠져야해. 더는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나빠져야 해. 시간이 없지. 그러니 이 속도로는 안돼. 난 어쩌지도 못하고 추락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버릴 수도 있지. 모두들 일제히 오르고 있는데 난 추락하고 있어. 올라가는 이들이 내려가는 나를 보고 손짓을 하기도 하고 아는 척하기도 하고 초면이라며 손을 내밀기도 하지. 추락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난 술을 마신다. 매일 엄청 취해서 머리가 터질 듯이 흔들릴 때까지 취한다. 추락의 속도가 좀 빨라지지. 마주한 인간이 그런다. 술을 잘 마시네요. 추락의 속도가 필요해서요라고 말을 할 수 없어. 난 술이 좋아요 하고 대답했다. 나빠질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머리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아 드디어 바닥에 내 머리가 닿았다.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이 따르긴 했지만 반가웠다. 머리가 아파 죽을 듯 했지만, 여기가 바닥이야. 반갑다. 난 이제 추락하는 것에서 멈추었다. 이제 난 잦은 돋움. 이제 난 나를 길들이는 부모가 된다. 추락할 때 부모는 옆에 없다. 성장할때만 부모가 필요한 것이다. 내게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저들과 같이 갈 수 있다고 말을 해 줄 부모는 어디있는거지? 내가 나의 부모가 되어, 부모는 내게 말했었지. 저들을 따라가야 착한 거다.. 저들과 같이 해야 너도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어. 저들을 따라가야 해 부모란 저들을 따라가는 것이 이 세상을 가장 훌륭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종족이지. 이제 난 나의 부모가 되어. 저들과 함께 하라고 명령한다. 이미 날아오르고 있는 저들의 발바닥을 쳐다보며 난 돋움질을 할 것이다. 지금은 나빠질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추락한 이후니까... 내가 나의 부모가 되어. 그런데 왜 시인은 이 시의 제목을 '그리고 계속되는 밤'이라고 한 거지... 이건 정말 재수없는 발언이야. 아직도 밤 여전히 밤 계속되는 밤... 절망의 친구 밤!
그때는 나도 너처럼 말수가 적었고
감당할 수 없는 질문들엔 얼굴을 붉혔다
험한 말들을 늘어놓지도 않았고 가끔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었어......대신 호주머니에 돈이 좀 있을 땐
꿈꾸는 약을 샀지, 매일 밤 계속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꿈들
돌이켜보면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던 것 같군
아름답다는 건 때로 사람을 맥 빠지게 만드는 어떤 결심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너처럼 책 속에서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고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짐승처럼
종이 속에 묻혀 조금 울기도 했지
그래 손등은 보드라웠고 뺨은 희었다
아! 뺨이 참 희었는데...... 너는 믿지 못하겠지만
그때도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몰랐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저 언제나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내가 나의 부모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