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를 향하는 호접몽胡蝶夢
새벽이었고,
약간의 경사진 언덕을 오른 중이었다
언덕의 2/3 정도를 올랐을 때,
언덕 너머의 작은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에 낮고 작은 집들이 빼곡했는데...
그 중 한 집.
나무대문이 열려있었다.
열려진 나무 대문 사이로 대청마루가 보이고.
대청마루는 뒤안과 뚫려
뒤안의 초록이 대청을 지나 대문을 지나 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는 내게
아직은 어둠인데도 선명히 다가왔다.
초록이다 싶은 순간,
초록을 먹고 푸른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슬 퍼런 푸른 빛은 초록을 가렸고
초록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푸른 빛이 샤프란의 보랏빛으로 변했다.
샤프란의 보라빛이 대청 뒤안에서 화살처럼 내게 쏘아졌다.
아직 난 언덕을 오르고 있었는데...
저 보라 좀 봐
저기 보라하늘이 있어
하고 옆사람에게 말을 했다.
사실 옆 사람은 없었는지도 몰라. 혼자말이었을지 몰라.
아직도 언덕은 다 오르지 못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옆사람에게 보라하늘을 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
언제 내가 보라하늘을 보았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옆사람은 누구지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난,
샤프란빛 보라하늘이 있는
내가 살고 싶은 뒤안과 뚫린 마루가 있는 작은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 곳에 가면
난 매일 새벽 샤프란꽃처럼
처음에는 서슬이 퍼런 푸른 빛에서 출발해 해를 먹고 붉게 붉게 가는 중 만나게 되는 보랏빛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는 뜨거운 세상처럼 붉게 혹은 뜨거운 붉음을 감춘 세상의 모습으로 낮을 보내고,
칠흙같은 검은 빛에 세상을 차게 식히는 밤이 되기도 했다가,
다시 새벽.... 그렇게 샤프란처럼 피었다 지는 피었다 지는 ... 꽃으로 살 수 있는 집.
촘촘히 숨을 쉬는 하루를, 나의 꿈을,
나의 무의식은 잃지 않고 있었다.
호접몽胡蝶夢 :[명사]나비에 관한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중국의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접몽·호접지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