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일지-6
그동안 서점을 다니며 눈도장 찍어둔 저자가 두 분 계셨지요.
아는 분도 아니고, 들어본 분도 아니고
단지 그 분들이 쓰신 책들이 제가 원하는 컨셉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제 수첩에 메모가 되어있었지요.
전 그 분들이 책을 출판하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그 분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냈지요.
그리고 용감무쌍하게 전화를 걸어 만나뵙기를 청했네요.
한 분이 응해주셨고
또 한 분도 응해주셨고
이상하게도 두 분 모두 오늘 약속이 잡혔습니다.
딱히 그 분들과 무슨 책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뭔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침부터 회의시간이 좀 늦어지는 것을 핑계로 사무실을 나와 종로교보로 향했습니다.
그 분들이 쓰신 책들을 좀 더 읽기 위함이었지요.
읽다가 읽다가... 사무실에서 전화가 오네요.
오늘은 특별히 건너뛰려고 했던 회의시간에 참석하라는...
그런데 그 시간이 첫번째 작가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었다는...
할 수 없이 첫번째 만나기로 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만나자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말하자면 회의시간 전에 그 분을 만나기로 한 것이지요.
다행히 그러라고....
그 분의 사무실에 가서 그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딱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현재를 살며 무엇을 원하는 지 듣고 싶었습니다.
황당했겠지요.
하지만 첫 만남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책을 써주세요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마치 몇 번은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다.. 나누다..
자신이 갖고 계신 어떤 원고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었던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모르는 기획안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 분과 저는 서로가 제시한 이야기가 말이 되는 지 좀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분도 점심을 굶고 저도 굶고...
회의에 참석했고....
그리고 또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어제 이란에서 도착하셨는데, 커피숍에서 만나려고 생각했었는데...
사무실로 바로 찾아오셨습니다.
갑자기 만났습니다.
그 분과도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진을 찍으시는 분인데, 자신의 사진과 삶에 대한 자존심과 자긍심이 아주 강한 분이셨습니다.
그 분과도 한 두시간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별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 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분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여러루트를 알아, 다만 다음에 만날 때까지 그 분을 잘 공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분에게 활자나 종이가 필요하시면 저에게 연락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멋진 분들이었습니다.
두 분 다 여행을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었지만, 참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 그저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피곤한 날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이 느닷없이 전화를 하고 만나기로 한 저에게
진심으로 대해주어서 참 좋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뭐랄까요?
세상에는 분명 오해가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꼭 이렇게 해야한다는 그런 오해,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이미 박혀버린 오해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경험하지 않고 이미 내게 만들어진 오해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낯선 이들과의 만나면서 왜 이런 연상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퇴근후, 부서가 갈려서 다른 사무실로 가신 두 분 부장님과 현재의 부장님, 역전의 용사가 다시 뭉쳐 소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그리고 저의 책을 잘 디자인해 주신 디자이너도 더불어....
오늘은 종일 사람을 만난 날이었습니다. 아니 어제는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