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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타] 소네트 25

발비(發飛) 2007. 3. 14. 13:25
 

소네트 25


파블로 네루타


당신을 사랑하기 전에, 사랑이여,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거리를 물체들 사이를 나는 비틀거리며 다녔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고 이름을 가진 것도 없었다;

세계는 기다리는 공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재 가득한 방들을 알고 있었고,

달이 산 터널들도 알고 있었다,

“어서 꺼져”라고 으르렁거리는 버려진 창고들,

모래 속에서 강조되었던 질문들,


모든 게 텅 비고, 죽고, 벙어리고,

붕괴하고, 포기하고, 부패해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동떨어져, 그것들을 모두


어떤 사람 것이었으며-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너의 아름다움과 너의 가난이

그 가을을 선물로도 가득 채워주기 전까지는,


사랑이라는 것이 과거형의 어떤 고통을 현재와 단절 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 깊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을 나누었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마치 둘이서 함께 우물을 찾는 것과 같아서

한 사람은 곡괭이를 들고 딱딱하게 굳은 땅 혹은 돌박힌 땅을 찍으면

또 한 사람은 삽을 들고 갈라진 흙들을 파내는 것.

조금씩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며

갈증을 달래고 허기를 달래며

바스락거리던 몸이 점점 촉촉해진다.

사랑을 나누는 이 둘, 모두

사랑의 깊이라는 것은 함께 우물을 팠던 시간과도 같아,

사랑의 깊이라는 것은 함께 판 우물의 깊이와도 같아

마실 물이 풍요로워지면  손을 잡고 세상구경을 나간다.

그때부터 사랑하는 이와 삶을 나누는 넓이가 시작될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나눌 수 있는 삶의 넓이가 넓어지면 질수록 세상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제임스 딘과 엘리자베스테일러가 주연을 했던 자이언트가 생각난다.

검게 솟구치던 유전,

단절된 삶을 살던 제임스 딘이 엘리자베스테일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단절되었던 세상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함께 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댓가를 치르게 되는 얄짝? 없는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그 계산법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으로 사랑을 하게 되면, 세상으로 함께 나가고 싶은 것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파루타처럼 좀 긍정적으로 계산을 치를 수 있는 사랑을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일 것이다.

머리 하얀 노인이 되어서도 버리지 못할 우리의 희망같은 것이다.

파루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사랑이라는 것은

처음은 깊은 곳에서 고독하게 시작하지만,

그 마지막에는 함께 나눌수 있는 세상으로 서로를 인도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