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비(發飛) 전체보기2197 [심약]이 뭐야 심약하다. 마음이 여리고 약하다 심하게 비약하면 사상누각. 아직 1월인데, 설날이 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뭔가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마음이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감자(쿠쿠의 개명)와 함께 하면서 느낀다. -잠시 딴 소리 시작- 감자가 온 지 20일 가까이 되어 오는데 쿠쿠라는 이름으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앉아 엎드려에는 반응을 하는데, 이름을 부르는 것에 보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한다. 그러다 문득 진짜 문득 감자가 생각났다. 색깔도 생긴 모습도 감자와 닮아서였을까. 감자! 하고 불렀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헉. 감자인가 보다. 그래서 감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강형욱훈련사가 강아지개명 괜찮다고 했다) -잠시 딴 소리 끝- 강아지는 어떤 생명체인지 모르는 나는 감자가 어.. 2023. 1. 9. 마음과 말 사람들이 모두 다른 것에 비해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말, 언어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는 모두 다르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나와 같기가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의 마음을 듣는다는 것은 나와 같기가 쉬울 것이다. 말이 아니라 마음을 받는 일.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통하는 일. 그 소중한 일에 연습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말을 듣게 된다. 말이 나오게 한 마음까지 살피지 못해 오해가 생기고, 섭섭하고 소원해진다. 마음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지 못해서 그렇다. 후광이 비치는 사람들, 풍기는 아우라때문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한 템포 쉰다. 말이 느리다. 그건 마음을 읽는 중이었기.. 2023. 1. 6. [감자]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다 감자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다. 늦은 밤까지 넷플릭스 드라마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린 강아지에게는 무지한 소음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감자가 오고나서 넷플릭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해가 지면 작은 불 하나만 켜두고 그냥 밤이구나 한다. 여덟시 아홉시인데 한밤중이 된다. 감자는 많이 자야 하니까... 강아지 잠 재우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주면 잔다. 나는 감자가 깰까봐 조용히 있다. 대개 열시쯤 자고 새벽이면 감자가 깬다. 그제만해도 일어나면 낑낑거리며 내게 왔는데, 어제 오늘은 깨우지도 않고, 내가 부스럭하면 그제서야 부리나케 온다. 주체 못하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이 터질 것 같이 반긴다. 때로는 핥고 때로는 깨물고(깨무는 것은 진짜 고민이다) 감자는 아침밥을 먹고, 나는.. 2023. 1. 3. 2023년의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10년 전쯤의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처럼 차분했으면 좋겠다. 늘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 그때처럼 시 한 편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좋은 그림과 연극도 봤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일밖에 없었지만, 일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기획했고, 내가 궁금한 것을 기획서에 썼고,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작가로 모셨다. 내 삶에서 자연스레 나온 질문을 책으로 만드는 일은 즐거웠다. 이미 나온 책들에서 답을 얻는 일도 좋았다. 그렇게 사색과 탐색을 하며 나의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아니다. 언제일까 생각해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무릎이 꺾인다는 그때, 그때는 아마 산티아고를 가기 바로 전이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 길에서 회복을 위.. 2023. 1. 3. [쿠쿠]가 왔다 쿠쿠가 책상과 마주한 담요 위에서 네 다리를 뻗고 잔다. 강아지 힐링 음악을 틀어주면 잔다. 강아지 힐링 음악이라지만, 쿠쿠가 오기전 아침에 듣던 음악과 다르지 않다. 쿠쿠와 내가 힐링되는 음악이 비슷한거다. 강아지와 사람이 힐링되는 음악은 비슷한 거지. 쿠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왔다. 반려식물에 이어 반려견을 들인거지. 늘 생각하고 하고 싶다하였지만 용기가 부족했었는데...., 선물로 툭 하고 온 거다. 옅은 갈색의 말티푸, 말티즈와 푸들의 하이브리드종이다. 욕심을 내서 커라, 좀 많이 커라라고 주문을 왼다. 개인적으로는 시바나 진도나 테리어종을 좋아하는데, 이런 종들은 작은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 뿐더러 그 아이들도 힘들 거 같아... 말티푸로, 그야말로 인형이다. 애교에 함께 하자고 끊임없이 구애한.. 2022. 12. 28. 무장해제 어쩌면 처음부터 견고하지 않았다. 물컹물컹한, 액체에서 고체가 되기 전 어느 사이 젤리처럼, 사람이 되기 전 양수에 갇힌 태아처럼, 나는 견고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흘러가는 시간에 덮히고 아무데서나 부는 바람에 덮히고 시도 때도 내리는 비에 젖어 스스로 굳지 못한 태아의 몸을 에워쌌다. 몸에 덧대어진 이물들이 몸인듯 단단해졌다. 딱딱한 몸 내 것이 아닌 몸 나는 견고한 적이 없었다. 26. 바람직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되라. 사려깊은 사람들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다독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시대를 풍미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적절한 지식을 갖고 있다. 더욱이 그것은 범상한 방식이 아닌 교양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려깊은 사람들은 재치있는 언변과 고상한 행동을 현명하게 비축해 두었다가 적절한 시가에 사용할.. 2022. 12. 18. [옥타비오 파스] 주체 Identidad 주체 Identidad 옥타비오 파스 뜨락에 새 한 마리가 짹짹거린다. 저금통 속의 동전 한 닢처럼 바람 한 자락에 새 깃이 문득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쩌면 새도 없고 나도 뜨락에 서 있는 그 사람이 아닌지 모른다. (주) 현실 세계가 불교에서처럼 환상, 허상이라면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나인가? 그 사람인가? 여기엔 진짜 아무도 없는게 아닐까? 옥타비오 파스는 장자의 호접몽을 읽고, 나는 옥타비오 파스의 시, 를 읽는다. 제목이 주체? Identidad, 정체성? 시 제목이 이상하다. 옥타비오 파스의 이라는 시를 두고, 2008년에 쓴 '나'와 지금의 '나' 는 라는 시의 '어쩌면 새도 없고 나도 뜨락에 서 있는 그 사람이 아닌지 모른다'는 시인의 말처럼 누가 누구인지, 나였는지, 지금.. 2022. 10. 8. [블로그] 전세로 이사 온 다음날 같다 이사 끝! 정리 끝! 오래 잘 살았던 다음블로그가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20년 가까이를 한 집에서 지냈던지라 익숙했던 거다. 강제이주로 그곳이 내 집이 아니라 전세로 산 집임을 실감했다. 별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흔적이 사라졌을 뿐, 흔적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먼지가 될 뿐인데, 그 또한 일종의 미련이다. 솔직해지면 그저 귀찮아서 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사하기 싫어서 내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한 거겠지. 오래 살았던 만큼 익숙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별다른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맘을 달리 먹으면 되는 것이겠지. 영차, 다시 잘 살아보자. 하면서 말이지. 블로그의 대문과 스킨을 바꾸고 싶었다. 실패, 대문은 없다. 티스토리는 개인이 작은 취향이라고 스킨에 적용시키려.. 2022. 10. 7. 묻지 않은 질문에 [답]하다 -잠시 딴 소리부터- 15년 전쯤에 다니던 회사에서 알던 음악감독이 있다. 처음 만났던 때의 기억은 없고, 언제 친해졌는지 기억도 없다. 5년, 6년마다 한 번씩, 띄엄띄엄, 자주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나의 삶과 생각을 좋아한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은 흔치 않기에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런 사람의 말이 마중물처럼 필요하다 신기하게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이 떠오른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 그랬다. -잠시 딴 소리 끝- 신감독과 통화를 했다. 거의 한달만에 한 통화다. 그는 묻지 않았으나 나는 답했다. 이러면 돼? 그는 분명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돼! 였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질문으로 생각했고, 한 달 뒤 대답을 했다. 마음이 좋았다. 그 말을 했더니 그도 좋다고 했다... 2022. 10. 5. 이전 1 ··· 4 5 6 7 8 9 10 ··· 2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