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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비(發飛) 전체보기2197

[인도] 바라나시-비 모두가 떠난 날 비가 내린다. 바라나시에 비가 내리면, 강가에 비가 내리면, 타던 것들은 더욱 하얀 연기를 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인다. 길을 지나가는 바라나시 사람들은 촉촉하고 선명해야 할거라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뿌연 연기보다 더 뿌옇다. 알 수 없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2023. 7. 19.
[인도] 바라나시 -편지 그것은 자아였다. 그 의미와 본질을 알려던 자아였다. 내가 피하려고도 하고 정복하려고도 하던 자아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정보할수는 없었으나 속일수는 있었다. 다만 그것을 도피하여 한때 숨을 수 있을 뿐이었다. 실제 세상에서 이 자아같이 나의 생각을 괴롭혔던 물건은 없었다. 헤르만 헤세, 중에서 영혼의 도시라는 바라나시입니다. 3일동안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지요. 몇몇 한국인이 있었던 지난 곳과는 달리 이곳은 일본사람들만 묵고 있네요. 그것도 일본의 젊은이들! 그들 사이에서 갠지스강을 보고 있습니다. 방금 화장터에서 화장을 끝낸 듯한 상주가 나무보트에서 재들을 강가(갠지스의 힌디어)에 뿌리고 돌아갔습니다. 온도때문인지, 재들 주위로 갠지스 강물이 편편히 펴집니다. 참 오랜 .. 2023. 7. 19.
[인도] 바라나시-악마의 숲 갠지스 강 건너 악마의 숲이 어둠 속에 사라졌다. 갠지스에 밤이 오면 악마의 숲은 세상 밖으로 사라지고, 악마는 세상을 떠다니니라. 너의 어깨 위에 혹은 나의 어깨 위에 악마는 분주히 옮겨다니니라. 시바는 머리를 풀어 은하수 물을 끌어당겨 갠지스에 물을 다시 흐르게 하였으나 이제 시바는 사라지고 악마는 살아남아 가트에 사는 이들의 어깨에 옮겨다닌다. 악마의 숲은 어둠 속에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는데, "마리화나" "마리화나" 열댓살 먹은 아이가 허리춤을 잡는다. 어둠 속에 사라진 악마의 숲, 악마가 나를 채려 바람으로 싼다. 허리춤을, 목덜미를 잡힌 나는 어째야 하나. "마리화나"를 속삭이는 아이는 어둠 속에서 붉은 이를 드러내며 허리춤을 고쳐 잡는다. 검은 바람은 인내를 품고 다시 한 번 목덜미 머리.. 2023. 7. 19.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처음 시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지금도 시를 쓰고 있다면, 아주 가까운 선생님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꽤 오래 전에 뵙고 뵙지 못했다. 시 혹은 선생님의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오늘 장례식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의 아내, 그러니까 사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이 났다. 20년 가까이 되었다. 사모님께서 환갑도 되지 않은 연세에 돌아가셨고, 우리들은 사모님의 장례식장에서 일을 도왔다. 그때, 나는 오빠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압도되어있던 때라 '죽음'을 피하거나 '죽음'에 묻히거나 둘 중 하나였나보다. 오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맞은 누군가의 죽음. 되도록이면 장례식장은 피했는데, 사모님의 장례식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늦은 밤, 나는 먼 발치에서 한 두번 뵌 것이 전.. 2023. 6. 13.
[어쩌면 여행]일지도 매일 아침 8시부터 10시 정도, 그 어느 시간 즈음에 작은 공원에 간다. 물론 감자의 산책때문이다. 한동안 아침에는 아파트 놀이터를 돌거나 아파트 주변길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산책을 했더랬는데, 햇빛이 뜨거워지고, 날씨가 더워지고 나서부터 바꼈다. 걷거나 뛰기보다는 바람이 있는 그늘에 앉아 바람을 맞는 산책이다. 다행히 감자도 벤치에 앉아 주위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기는 것 같다. 나는 미니패드를 챙겨 이른 아침 소설을 읽는다. 로맹가리의 번역소설 특유의 문어체 문장과 단어들이 참 오랜만에 누군가와 격이 있는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햇빛이 나무가지 사이로 비껴들어오고, 감자는 코끝을 벌름거리며 바람냄새를 맡고, 머리 꼭대기에서는 새들이 부산하게 짹짹거리고, 이른 시간 공원을 도는.. 2023. 5. 18.
[손]의 무게 20년도 전에 손이 돌이 되는 환각(?) 같은 것 때문에 괴로웠다. 그땐 잠을 자려고 누울 때마다 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손을 차렷자세로 누우면 손끝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손가락, 손목... 으로 점점 돌이 되었다. 그 무게때문에 손은 아래로 점점 아래로 방바닥 아래까지 가라앉는 듯 어깨까지 그 무게에 쓸리는 것 같았다. 두 손을 가슴에 올리면, 두 손은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눌러, 어느 순간에는 손이 무거워, 손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이 숨이 막혔다. 잠을 자면서 가위 눌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뜬 채 이런 몸의 이상현상을 느꼈다. 그때의 일기장을 보면 손의 무게에 눌린 내가 있다. 정신신경과 치료를 받고,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그러면서 그때를 잊어버렸다. 최근 .. 2023. 4. 12.
[청어와 오징어] 효과 어제부터 나는 청어, 감자는 오징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한 번 거의 한시간 가까이 감자 산책을 한다. 하루 중 해가 가장 좋은 때를 골라나간다. 동네 공원에 가면 같은 시간에 강아지 산책을 하러 나오는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청년을 너댓명은 꼭 만나게 된다. 너댓마리의 강아지들과 함께. 아직 감자보다 어린 강아지는 보지 못했다. 다들 감자더러 애기네요, 라고 인사를 한다. 사람에게 낯을 가리고 섞이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니 자연스럽다. 부산스런 감자를 부담스러워하는 강아지는 저 멀리, 관심을 보이면 가까이 두고 견주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사람의 나이는 별 의미가 없다. 그곳은 개들이 서로 아는 척을 하면, 그냥 옆에 같이 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님 그냥 보기도 하고,.. 2023. 3. 5.
감자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인가 집에만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천천히 움직이고 괜찮았다. 일주일에 하루 일을 하러 나가고, 나머지는 일도 천천히 먹는 것도 천천히 점점 더 천천히 살고 있었더랬다. 어느 날 감자라는 말티푸가 내게 왔고, 감자는 그야말로 똥꼬발랄한 애기인데, 늘 살갑다. 늘 쳐다본다. 발뒤꿈치를 따라다닌다. 흔히들 말하는 분리불안의 징조도 보인다. 그것이 시작이다. 감자의 분리불안, 내가 종일 집에 있어서 생긴 거라고들 했다. 나만 현관 밖을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내가 나가는 것이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강아지가 살아가기 불편한 일종의 병을 나때문에 얻는 것은 안될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딱히 갈 곳이 없다. 집에 책도 있고, 노트북도 있고, 패드도 있고, 음식도 있고, 커피도 있고, 다 있.. 2023. 2. 15.
[발비] 희망에 관한 인터뷰 신미식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며, 그가 지금 여행하며 올려놓은 마다가스카르의 길들을 보며 그의 사진들을 처음 만났을 때쯤을 떠올렸다. 그의 사진을 보며 쓴 글이다. 신미식 작가의 네이버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며 남미여행을 꿈꿨다.그가 안내한 사진 속의 그 풍경. 우물 속에서 동그란 하늘을 보던 나는 사각형 사진 가득 찬 하늘이 놀라웠고, 붉은 땅이 놀라웠고검게 탄 얼굴의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에 참 많이 놀랐다. 내 꿈은 그 곳에 가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곳을 갔다. 신작가를 통해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었다. 이 글을 쓸 때는 꿈을 품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빠스코의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오늘 페이스북에 올라온 신미식 작가의 마다가스카르의 길, 이를 어쩌나. 그 길에 나도 서고 .. 2023.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