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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609

코골이 모처럼 친구와 함께 잤다. 밥 먹자고 초대해서 밥 먹고, 둘이서 낄낄거리며 티비보다가, 가면 허전할 것 같다 자고 가라고 했다. 티비에서 나오는 먹방 탓인 듯..요리가 자꾸 하고 싶어진다. 맥주나 한 캔, 생수나 한 통 사러 간 마트에서 자꾸 식재료를 사고 말았다. 콩나물과 버섯, 파프리.. 2015. 11. 30.
비둘기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멍하니 있었다. 비둘기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쾌속으로 날아든다. 깜짝 놀라며 뒷걸음을 쳤다. 중 2쯤 되는 남학생 한 명이 비둘기를 발로 개쫓듯 쭟고 있었다. 어릴 적 내가 개를 쫓듯...아니 만만한 강아지를 발로 후리며 쫓듯이 비둘기를 쫓았다. 응답하라 .. 2015. 11. 25.
티벳에서 흘린 코피 티벳을 갔을 때였다. 밤마다 코피가 났다. 고산증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의 안나푸로나와 인도의 레를 갔을 때는 온몸이 마치 풍선처럼 부어올랐고, 남미의 안데스를 갔을 때는 복통과 함께 토사곽란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티벳에서는 코피였다. 고산증이 내게는 다양.. 2015. 11. 23.
아직 내 영혼은 비밀스런 오케스트라다. 내 안에서 어떤 악기가 연주되고 울리는지, 현악기인지 하프인지 심벌즈인지 북인지 모른다. 나는 나 자신이 교향곡 같다는 것만 알뿐이다.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 텍스트 310 중에서 비가 내리는 두번째 일요일을 함께 보내면서 작은 집에.. 2015. 11. 23.
여행-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 우리는 서로의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답답해,하고 생각하기도 하지. 그래도 우리가 함께 하는 더 많은 시간, 서로 골치 아픈 일 이야기를 못하는 거지. 안 해도 되지. 어차피 이러면서. 가끔 너는 하더라. 그럼 난 속으로 생각하지. 설마 내가 너의 일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 2015. 11. 12.
[Andy Weir] The Egg 영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단편이다. 심플하지만 분명한 인생의 이야기 The Egg Written by Andy Weir Translated by Soo Choi 최수영 당신은 귀가하는 도중 죽었다. 차사고였다. 그다지 특별한 사고는 아니였지만 치명적이였다. 당신은 죽으며 아내와 두 아이들을 남겼다. 다행히 고통은 없는 죽.. 2015. 10. 6.
음소거 합정역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사람 다리 사이로 보였다. 이른 아침 음소거된 비둘기가, 고개를 숙인 비둘기가 지난 밤 누군가가 토해놓은 밥알을 쪼아 먹고 있다. 건널목 신호가 바뀔 때까지 비둘기는 고추가루 섞인 밥알을 쪼아 먹고 있었.. 2015. 10. 6.
[블레즈 파스칼] 사소한 일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신의 방안에서 혼자 있을 수 없다는 한가지 사실에서 시작된다. &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블레즈 파스칼 새로운 직장에 출근을 하면서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다닌다. 집 앞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을 뿐더러 내려.. 2015. 8. 18.
'다시' 라는 말 수 많은 말들 중에 '다시'라는 말을 생각한다. '숨'이라는 단어가 연달아 떠오른다. 다시 라는 말을 생각하자, 깊은 숨 두 번이 절로 쉬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연달아 두 번의 깊은 숨을 쉬었다. 처음의 '숨'은 한숨에 가까운 무의식에서 나온 듯 하고, 두 번째의 '숨'은 마음과 머리를 .. 2015.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