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聞錄408 꽃과 시간 지금 이 거리는 완전히 푸르다. 이 거리를 따라 출근한 지가 4년이 되었고, 벚꽃은 해마다 피어, 지고, 푸르렀고, 단풍이 들었고, 낙엽이 되어 떨어졌다. 4년이 아니라 16년이 흐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묶여 한 해이고, 하나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 2019. 5. 13. [서정주] 선운사 동구에서 선운사에 상사화가 가득 피었단다며, 들뜬 친구의 말에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선운사. 등산을 즐겨하던 십여년전에 선운사를 갔다기 보다, 선운산 도솔암을 몇 번 갔었다. 등산으로 지친 발걸음이 쉬어가던 선운사였다. 내게 선운사는 비 오던 어느날은 고즈넉한 차밭. 이른 봄 어느 날.. 2018. 10. 2. 사무실 풍경.1 이쁘다.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남았다. 앉아 있기가 답답해 몸이 뒤틀다 괜히 사무실 3층으로 내려갔다. 이 부서 저 부서 순례를 하고 올라오는 데 계단 옆 기둥에 메모장이 붙은 곳에 눈길이 갔다. 어제도 보고, 며칠 전에도 보았는데, 그때는 바빴고, 오늘 한가해, 그 자.. 2018. 2. 9. [아버지訃告] 그 길 점심시간에 절두산 성지에 있는 성당을 다녀왔다. 지난 주와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앉아 아버지를 불렀다. 딱 일주일 전이다. 의식을 잃은 아버지가 힘든 숨을 쉬시는 것을 보고 출근을 했더랬다. 점심시간, 나는 절두산 성당을 가면서 2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오빠를 불렀다. 아버지는 크고.. 2017. 11. 22. [스페인 오비에도] 우디앨런이 사랑한 도시 스페인에서 가 본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 반짝이는 도시, 나도 사랑하게 된 오비에도 2017. 9. 11. 무엇보다 따뜻한 글뤼바인 할 일이 많았던 크리스마스 이브, 지난 금요일에 저녁 약속때문에 회사에 둔 노트북을 가지러 회사에 가야만 했다. 크리스마스를 낀 주말 동안 두 대의 노트북을 놓고 학교일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집에서 나온 시간이 오후 두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빈.. 2016. 12. 26. [코르도바] 에서 노루벌을, 착한아이가 되길 넌 혹시 노루벌을 들어봤는지. 내 몸에 노루벌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그 뒤로도 스페인을 여행할 때 알베르게 혹은 호스텔의 도미토리에서 세 달 넘게 지냈다. 알베르게건 호스텔이건 많은 사람들이 한 방에서 잠을 자고 그 곳에서 준비해 주는 침구를 덮고 자는데, 희한하게 나는 계속 빈대 혹은 이름도 모를 벌레에게 물렸다. 한국에서도 여러사람이 함께 있는데로 꼭 나만 모기에 물리니까 어느 정도 익숙한데, 빈대는 이야기가 다르다. 빈대는 옷 속이나 짐 속에는 숨어있다가 틈만 나면 자리를 옮겨 그 생명도 질겨서 전염병 저리가라다. 심지어 스페인의 한인 숙소에서는 혹시 빈대를 데리고 올까봐 산티아고에서 온 순례자를 받지 않는다. 빈대에 물린 자리가 참기 힘들 정.. 2016. 12. 13. [서울] 광화문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거라고 가르친다. 누가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결정하려면, 어떤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한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2016. 11. 23. [스페인] 바르셀로나 바르세로네타 해변 2015년 6월 바르셀로나에 온지 나흘만에 바다에 왔다. 이 바다는 바다라고 할 수 없을만큼 잔잔하고, 이 사람들은 바다에 왔다고 할 수 없을만큼 조용하다. 삼삼오오 모여 바다에 발을 담그거나, 한두명쯤 수영을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면서 일광.. 2016. 6. 28. 이전 1 2 3 4 5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