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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사진]고 이은주...커베라의 삶

by 발비(發飛) 2005. 5. 9.

 

커베라가 한창이다.

빨강, 파랑, 노랑 그 선명함

한치의 틈도 없는 꽃의 모양.

내가 꽃을 알았을때의 꽃의 모양을 한 꽃

 

커베라 꽃잎 아래로 투명한 받침대

꽃을 꽃으로 유지시켜주는 꽃의 틀

.................................................................

 

커베라 한 송이가 장미,국화, 수선화, 그 사이에 피어있다.

완벽한 꽃스러움.

그 아래?

투명한 꽃잎받침은 꽃잎들을 꽃의 모양으로 지지해주고

줄기를 감싸고 있는 초록종이테잎은 줄기를 줄기모양으로

지지해주고

완벽한 성형미인이다. 인공골조꽃이다.

꽃봉오리가 생기면서 만들어졌을 틀에 꽃이 되었다.

한 송이 완벽한 커베라가 나에게 왔다

투명틀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원래 커베라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초록종이테잎을 풀어내렸다

원래 커베라 줄기의 힘은 어느정도일까

커베라의 꽃잎은 아래로, 수술보다 더 아래로 쳐진다.

꽃잎들은 수술에 박혀있기엔 너무 무겁다

줄기는 내 손톱의 작은 힘에도 금방 짓물렀다.

커베라 그 완벽한 아름다움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힘을 잃어가고 있다.

꽃잎도 제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줄기는 꽃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크고 화려한 꽃은 너무 무거운 것이다.

마침내 꽃잎 하나가 제 몸을 내린다.

차례로 내린다.

수십개의 꽃잎들이 내려놓는다

세상의 관심, 돈, 사랑, 욕심, 친구, 가족, 나

모두들 내려놓는다.

다 떨구어낸 꽃은 수술만 남겨진 채 꼿꼿하다.

줄기는 더 이상 힘이 들지 않는다.

커베라꽃 한 송이가 꽃이 아닌 꽃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중심 잘 잡힌 커베라아래로

단단한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그녀가 갔다.

그녀의 영정아래로 꽃들이 선명하다

그녀는 색을 드러낸 흑백, 꽃들은 수십색이 화려하다.

흑백에서 그녀는 웃고 있다.

자신을 겨냥하던 받치고 있던 카메라 한 대를 메고...

흑백에서 웃고 있다.

커베라는 아직도 틀을 받치고 피어있는데...

그녀는 화려한 색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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