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있기를 즐긴다.
물속에서는 늘 현재이며, 존재가 된다.
-스포츠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바다 혹은 강이 없으므로 수영장에 가는거다.
수영장 가장 낮은 레인, 할머니들 사이에서 걷기도 잠깐 하고, 수영도 잠깐 하고, 잠영도 잠깐하고,
그 잠깐 사이에 나는 그보다 더할 수 없이 현재에 존재한다.
만약 수영에 능하다면, 나는 현재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딴 소리-
현재는 말그대로 이 시간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다.
현재는 시간의 의미가 강하고, 존재는 생명의 의미가 강하다.
현은 나타남, 현상에 가깝고, 재는 실존에 가깝다.
존은 생명에 가깝고, 재는 실존이다.
현은 움직임을 담보로 하고, 존은 생명체를 담보로 한다.
재는, 생명이 있건 없건 가능한 것이다.
순전히 내 생각엔 그렇다.
-잠시 딴 소리 끝-
생각해보니,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나의 과거에 산다.
현재의 존재로서 나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매 순간 깨어 생명으로 지금 존재하는 의미를 행하고 있는지,
그러다가 수영하는 시간만은 현재 나의 존재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의식하고 통제하고 지향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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