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블로그가 좋다.
누구는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고 하는데, 별로다.
페이스북은 전전 회사를 다닐때 작가 동향을 파악하고자 어쩔 수 없이 근근히 이어가다
퇴사하면서 얼른 잠수탔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섬인 듯 했다.
중학교때처럼 모두들 모여 재잘거리는데 나 혼자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옷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옷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옷 만드는 사람끼리 소통하는 곳이 인스타그램이었다.
옷을 만들다가 회사에 다시 나가게 되면서 잠수를 탔다.
그곳도 페이스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모두들 좋아요. 댓글이 풍성한데 나는 가난한 마음이 들었다.
블로그는 원래 조용한 곳이니, 괜찮다.
한때 이 블로그의 글이 다음 메인에 뜬 적도 몇 번 있어 하루에 몇 천명씩 들어와 놀래고 그것이 싫지 않은 적도 있지만,
대체로 조용하고, 혼자 편안하게 주절거리면서도 몇 명의 방문객 덕에 약간의 긴장감은 유지할 수 있으니 딱 좋다.
이 곳은 <가장 오래된 집>이기도 하니, 나의 전부이기도 한 곳이다.
대선이 끝나고 이재명후보의 근황이 궁금하여 페이스북에 들어갔고,
그 분때문에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다가 살던 집이네! 하면서 프로필 사진을 다시 올리고 좀 있어 보기로 했다.
글도 올리고, 사진도 올리고, 뭐 그러고 있다.
인스타도 그러고 있다.
두 곳에서 모두 적당한 거리로 아는 사람들이 나와 나란히.
그들은 좋아요와 댓글이 많다. 인싸... 뭐 이런 건가?
다들 어쩜 그리 유연한지.
나는 늘 언제나 어디서나 고요한 편이다.
학교 다닐때나 회사를 다닐때 모두들 내가 까칠해서 사람들과 잘 안 어울린다고들 하지만,
그때도 힐끔 깔깔거리며 어울리는 동료들을 훔쳐보았고,
지금도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지 않은 채 아래 위로 포스팅 되고 있는 글들을 힐끔거린다.
다들 뭐하는 짓이지 하다가,
나도 그러고 싶다가,
뭐하는 짓이지 싶다가,
어제는 커피콩 쿠션 만든 사진은 인스타에
오늘은 <파친코> 본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참 오랜만에 출판사 선배의 글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겼다.
일곱살 같다.
편안한 것이 자유라면,
나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있는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에 대해 깊이, 늦지 않게 질문을 꺼내봐야할 것 같다.
자유와 평화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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