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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아버지訃告] 그 길

by 발비(發飛) 2017. 11. 22.



점심시간에 절두산 성지에 있는 성당을 다녀왔다. 

지난 주와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앉아 아버지를 불렀다. 

딱 일주일 전이다. 


의식을 잃은 아버지가 힘든 숨을 쉬시는 것을 보고 출근을 했더랬다. 

점심시간, 나는 절두산 성당을 가면서 2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오빠를 불렀다. 

아버지는 크고 좋은 길을 보셨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 길 끝에 오빠가 서 있는 것이 보이는 듯 했다.

햇살이 비치는 길 끝에 서 있는 오빠를 향해 말했다. 

거기 서서 아버지를 기다리지 말고, 몇 걸음 걸어 나와 아버지를 모시고 가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회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오빠가 아버지를 모시고 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딱 일주일 전 지난 주 점심시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보셨다는 그 길에 나는 댓구 시를 써 아버지 비석에 새겼다.


아버지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셨다. 

지금은 글을 쓰려고도 하지 않는 나를 아쉬워 하셨다. 

자식은 글을 배워 아버지의 비석에 두 줄을 남긴다.  


'그 길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울고,

기다리는 이 있네'


따뜻하고 좋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간 성당은 

지진으로 일주일 미뤄진 수능 탓인지, 그때처럼 기도하는 사람이 간간이 앉아있었다. 


오늘은 오빠와 함께 아버지를 불렀다. 

오빠가 아는 곳이니, 특별히 따뜻한 곳으로 아버지를 모시라고, 

아버지께는 따뜻한 곳에서 잘 계시라고, 

남은 엄마가 씩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나는 다섯살 때,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따뜻한 담 벼락에 기대 잠이 들었던 것처럼 성당에서 짧고 깊은 잠이 들었다. 

어처구니 없지만, 나는 정말 잘 잤다. 

자고 나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일주일 전 그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도 나처럼 깊이 잠이 들었고, 잠 끝에 오빠의 인도를 받아 그 길을 건너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그 길을

큰 아들의 손을 잡고 건너갔을 것이라고 믿는다. 


의식을 놓치기 며칠 전, 흔히 선망이라는 것을 보던 아버지는 내게 

"시동..., 시동이 꺼졌잖아. 지금 시동...을 다시 걸어야 돼" 하셨다. 

" 저 운전 가르치시는 거에요?" 하자 그렇다고 끄덕이셨다. 


십 년 전, 이 블로그에 인도 여행 중에 글을 올렸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기 전이다. 그때 아버지는 내게 이런 말들을 남기셨다. 






아버지가 없는 딸이 되어 출근한 첫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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