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잠
작가의 말
인간은 인간을 달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것도 달랠 수 있다. 운명이란 자신의 삶 속에서 이야기를 비워가는 것일는지 모른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이야기를 비워 가는 것일지 모른다. 이 이야기는 불면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잠을 달래려면 자장가를 찾아 나서야 했다.
이야기를 지어 불을 피우고, 나무를 때고, 밥을 먹이다 보니 이야기란 내가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에 가까웠다. 이 이야기는 조금 더 나를 살아갈 것이라 느낀다.
시극은 이야기에 속살이 찌는 것을 밀어낸다. 배를 밀 듯 언어를 대양까지, 문 바깥으로 내보내야 한다.
미국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원제인 '나비잠'은 Butterfly Sleep'으로 변했다. 리듬이란 잃어버린 자장가에 대한 우리들의 그리움일는지 모른다. 그 자장가에 담겨있는 모국어의 속귀를 시적인 형태로 전달하고 싶었다. 시극이라 불릴 수 있다면 내 가늠도 악취는 아닐 것이다.
2016, 김경주
말이 정갈하다. 말이 아름답다.
입 밖으로 나오는 단어로 엮인 말이 한 마디 한 마디 이렇게 정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이렇게 정갈하고 속 깊은 말들이라면, 그 말들로 주위가 가득 찬다면 어떤 느낌일까?
잠이 솔솔 오는 초여름의 나무그늘 같겠지.
우리는 작가의 말처럼 자장가의 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불면의 밤을 이루는 서로에게 말이 건너가 토닥토닥, 말이 그렇게 할 것이다.
.
.
김경주 시인의 문장은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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