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18시 30분 정도 경포바닷가에서 언젠가는 또 그리워할 파도소리를 담았다.
파도가 제법 거세다. 당연히 파도소리도 컸다.
지난 며칠 동안 보고 싶고 듣고 싶어 안달이 난 바다와 파도소리였다.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오직 나만이 있는 바다가 더욱 비현실적이다.
그리워하던 이를 만난 것과 같은 희열로 발바닥이 간질거리며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몸도 마음도 함께 뜨고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까만 바다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내 눈길의 끝에 섬뜩하게 서있었다.
나다. 나였다. 나의 그림자였다.
나의 그림자가 바다의 끝에 서서 검은 바다, 흰 파도, 거친 바람 사이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숨었다가...,
그리워하는 것을 만나서가 아니라,위험천만한 내가 일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온 힘을 실어 내 그림자에 집중했다.
잠시 잠시 사라지기도 했지만 미동도 없이 캄캄하고 거친 바다에서 잘 버티고 있었다.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눈을 해변으로 돌렸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시계를 보니, 여섯시 삼십분이었고, 금요일이었다.
낮과 이어진 밤. 가을과 이어진 겨울, 나와 이어진 우리, 바다와 해변, 파도와 파도사이
경계에는 사람들이 아주 없어 홀로이거나. 아주 많아 혼란스럽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모든 경계는 버텨야 하거나,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 밤에 나를 고스란히 맡겼다.
아무 생각도 의지도 행동도 없이 그저 그곳에 가만히 서 있어 보기로 했다.
파도에 얹혀있는 내 그림자처럼 나도 그냥 그 바다에 얹혀있었다.
한 참 뒤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곁으로 와서 불꽃놀이을 한다. 아이들은 불꽃이 터질 때마다 환호했고, 나도 아이들처럼 설렜다.
그들이 오기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바다였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시간은 여덟시, 다음날 아침 여덟시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잤다.
몇 달의 불면증으로 한동안 예민하게 날이 서 있던 몸이 제법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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