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아침에, 여느 때 같으면 '또 자야지' 하고 잔다.
머릿 속에서 맴맴 도는 말,
분연奮然 떨쳐 일어서는 기운이 세차고 꿋꿋한 모양.
그렇게... 분연히 일어나, 나의 몽이를 운전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했다.
올림픽대로, 끝으로 이어진 영종도 인천공항 길, 더 끝으로..., 목적지는 삼목선착장이다.
거대한 공항 끝에 눈꼽만큼 작은 선착장에서 섬으로 가는 배가 있다고 했다.
장봉도, 신도, 시도, 모도로 가는 배!
장봉도는 이중 가장 큰 섬이고, 신도와 시도와 모도는 다리로 이어져있으니, 셋이면서 하나다.
셋이면서 하나인 섬이라 배는 신도에서만 정박한다.
배는 탄지 십분, 신도에 얼마간의 사람들을 내려주었고,
장봉도는 30분일까? 40분일까?의 시간이 지나자 선착장에 내려주었다.
만약 시도와 모도가 목적지라면, 이 배를 탄지 십분만에 신도 선착장에 내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된다.
괜히 섬도 많고, 가는 방법도이 새삼 많다고 생각했다.
사실, 하나인데 말이다.
같은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선착장 왼쪽 방향으로 우르르 가길래 나는 반대방향인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다... 나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분연히 일어나기는 하였으니, 혹 내 마음이 변할까봐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집을 나오는 것이 목표였던 지라... 배가 고팠다.
오른 쪽 길의 끝에 식당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식당 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하려고, 계세요? 아침 식사 되나요?
아침인데,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밖에 안 계신데도, 식당 안이 왁자지껄하게 어서 오라고 한다.
아주머니가 밥은 좀 있다 먹고, 금방 잡아온 낙지를 먹으라신다.
대뜸 네~했다.
참기름과 들깨를 섞은 기름장, 된장, 그리고 산낙지....
뒤에 낙지 머리는 된장국에 마치 연포탕처럼 끓여주셨고,
아주머니의 표현대로 군둥네 나는 김치랑 밥도 먹었다. 중독성이 있다고 하셨다.
난로위에 아침에 캔 굴을 구워주셨는데, 바다의 짠맛이 고스란히,
바다소금맛이 고소한 지 처음 알았다.
거룩한 밥상.....
이른 아침에 누군가로부터 받는 밥상은 왜 거룩하다는 생각이 드는건지,
울컥하여 몰래 눈물이 났다.
그렇게 작은 식당에 아주머니와 나뿐이었으나, 여러 음식때문에 더 왁자지껄하다.
마치 설날 아침과 같은 밥을 먹고는 배에 함께 탔던 이들이 가던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들과 나는 걷는 동안은 만날 수 없으리라.
그렇지만, 섬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유배지가 된다.
동질 혹은 동지가 된다.
언젠가 길에서 만난 어떤 분의 말 '인생의 마지막에 노력해야 할 것은 유머야!'
장봉도의 누군가가 그랬다.
그는 자신의 담벼락을 이렇게 해 두었다.
멋대로 작품 제목을 붙여본다. [애인구함]
나는 그물메고, 노란 장갑끼고 고기를 잡을터이니, 당신은 나와 같은 옷을 입고 내 옆에 있어줘~
저 여자, 저 여자...
장봉도의 어떤 남자는 참 멋있다 생각했다.
역시 '인간이 마지막에 노력해야 할 것은 유머야!'
장봉도는 제법 큰 섬이다.
마치 제주 올레 7코스처럼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산길도 있고,
자갈해변을 끼고 걷는 길도 있고,
소나무가 둘러진 모래해변도 있고, 뭐든 다 있는 섬의 길이었다.
그 길들은 하나도 가파르지 않아.
"난 지금은 숨이 차지 않았으면 좋겠어! 숨 찬 것은 성가셔."
나는 마치 물 위에 띄워놓은 종이배처럼 아주 조용히 걸었다.
네시간 넘게 다섯시간 넘게 걷고 또 걸었다. 평화롭게!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새벽 그대 떠난 길 지나
아침은 다시 밝아오겠지
푸르른 새벽 길
꽃이 피고 또 지고
산위로 돌멩이길 지나
아픔은 다시 잊혀지겠지
끝없는 생각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
모두 어쩌면 축복일지 몰라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멀리 반짝이는 별지나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새벽 그대 떠난 길지나
아침은 다시 밝아오겠지
푸르른 새벽 길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
모두 어쩌면 축복일지 몰라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멀리 반짝이는 별지나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새벽 그대 떠난 길지나
아침은 다시 밝아오겠지
푸르른 새벽 길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꽃이 피고 또 지고
아픔은 다시 잊혀지겠지 .... 들국화 2013 [걷고 걷고]
아침에 내린 선착장으로 왔을 때,
까칠까칠한 굴밭을 지나 걸어 들어갔던 섬이 물때를 만나 바다 가운데 섬이 되어있었다.
저 아래 굴밭을 걸었던 아침이 마치 전생처럼 아득했다.
3월의 첫째주 일요일 그날 이전, 이후에는 작은 섬인 장봉도는
바로 그날 내게는 커다란 섬이었고, 그 하루의 전부였다.
돌아가는 배에 앉아 있는데,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곧 사람이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득한 그의 말]
서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바껴.
그래서 말이지..., 볼 때마다 낯설어!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복궁 옆 적선시장 (0) | 2014.04.03 |
---|---|
왕안해수욕장 & 속초해수욕장 (0) | 2014.03.19 |
남산 (0) | 2014.03.07 |
만남 (0) | 2014.03.07 |
[인디톡] 조덕환 콘서트 (0) | 2014.0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