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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남산

by 발비(發飛) 2014. 3. 7.

 

 

봄눈이 종일 내렸다.

눈오는 광화문을 지나, 종로을 지나 남산 아래로 가, 남산순환버스 2번을 탔다.

뱅글뱅글 돈다.

이 곳에도 봄눈은 내리고 사방 나무들이 하얗다.

팔각정이 있었다 그 옆에 남산타워가 있었다.

한 번도 저 곳에 올라가 보지 못했다. 

해발 479.7미터, 타워높이 236.7. 63빌딩이 249미터란다. 높다.

천정이 우주인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남산타워전망대로 올라간다.

아... 귀가 먹먹해온다. 올라가는구나하고 실감을 한다.

높은 곳에 오를 때마다 귀가 먹먹해지면, 나는 언제나 내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촌스러! 하며,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사방이

하얗다!

 

 

 

그러나 높다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들이 잘 보일 때인 것이 분명하다.

눈때문에 구름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남산타워전망대에는 '높다'가 아니라 '싸여있다' 가 어울리는 단어였다.

하얗게 싸여있다. 그 안에 우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전망을 볼 수 없으므로 모두들 올라오지 않은 모양이다.

 

 

 

 

...침묵, 낯섬이 밀려왔다.

바람이 부는지, 구름이 밀려간 자리에 어렴풋이 서울이 보인다.

와! 하고 소리를 내어본다.

소리가 하얀색에 스며들더니, 민망하게도 흐물흐물하게 퍼졌다 사라졌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가라! 와라! 멋쩍은 구름놀이를 한다.

그런데 황홀하다.

높은 곳이 주는 황홀함이 분명 있어. 높아서 황홀한 거야. 내려가야겠어.

 

사람들이 가득한 남산 팔각정을 얼른 빠져나왔고,

눈이 여전히 오는데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내려오기로 했다.

아마 저쪽이 동대문일테고, 저기는 대학로쪽일테고, 눈이 오니 그렇게 가늠을 할 뿐이었다.

정확할 필요가 없다. 하얀색은 원래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많이 오니까 남산에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머리 위로 수북히 쌓인 눈을 몇 번 털어주며 남산을 내려왔다.

 

 

 

[아득한 그의 말]

 

이... 남산타워티켓은 당신이 가지고 있어요.

오늘은 전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라 한 번 더 쓸 수 있대요.

당신이 또 오고 싶을 때 불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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