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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戱曲

[명동예술극장] 오이디푸스

by 발비(發飛) 2011. 2. 11.

 

 

연출: 한태숙, 출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1.

한번은 프리뷰공연, 한번은 그 후 열흘 뒤 본 공연이었다.

결론적으로 두번 모두 좋았지만, 달라졌다.

인간 오이디푸스가 강력한 중심축이었던 프리뷰공연과는 달리, 본 공연에서는 요카스타의 비중이 더 커졌다.

시민들의 나레이션과 같은 설명적인 대사량이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프리뷰에서 인간 오이디푸스에 짓눌린 무게로 끝나는 엔딩장면이 좋았다.

본공연의 엔딩은 오이디푸스가 무대로 사라진 후, 크레온과 시민들의 다소 긴 대사로 끝났다. 끝이 어디인가 싶었다.

하지만 본 공연에서 비중이 늘어난 요카스타의 인간적 고뇌, 이것은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력에서 오는 것이기도하겠지만,

오이디푸스의 비극보다 더 비극적이었다.

 

 

2.

연극, 연출

희곡은 희곡이고, 연극은 연극이다, 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그래서 희곡은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오이디푸싀의 해석이 바로 연출이다.

무대 장치가 그랬고, 배우들의 설정이 그랬다. 대사 분량이 그랬다. 거기에 따라 희곡 원작과는 다른 것들이 사방에서 솟아났다.

 

 

좀 과하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래서 한 번 보고는 그것들을 다 즐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기울어진 무대, 철벽에 그려진 인간들과 매달린 인간들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수 없게 만들었다.

큰 백묵으로 바닥에 길을 그리고, 철벽에 눈물을 그린다.

연주자는 울부짖음을 대신한다.

곳곳에 많은 설정들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그것들을 모두 끌어담기에는 시야가 좁았다.

하지만 두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자 무대 구석 구석이 다시 떠올라 영감으로 남았다.

 

 

3.

인간 오이디푸스

이보다 나약한 인간은 없다.

지혜로운 자라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이방에 와서 왕이 되었지만, 이보다 나약하고 단순한 인간은 없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그 나약함을 보면서 몸이 오그라들었다.

내게 닥친 일같아서 말이다.

내게 닥쳐도 저리밖에 할 수 없어서 말이다.

운명, 신탁으로 이어진 운명... 제기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리스시대의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지금까지 공감을 받고 있다.

그럼 그런 것이다.

그래서 비극이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식지 않은 눈빛으로 인사를 했다.

비극 공연을 본 티를 내면서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내 볼에 흐르는 눈물에 온기가 없었다. 바로  차가운 눈물이었다.

눈물이 차가울 수도 있었다.

 

 

왜? 차가운 눈물이 났을까?

 

 

 

<오이디푸스>

신이여, 만족하십니가?
내가 이렇게 짓밟혔습니다. 두 눈아! 너희는 내가 한 일. 내가 겪은 이 고난을 돌아보지 마라!
차마 바라보지 못할 내 혈육들. 그들이 다시는 보지 않도록 영원히 어둠에 잠기어라!(눈을 파낸다)
예언자여, 내가 두 번째 수수께끼를 풀었다.
아침에는 아비를 먹고, 점심에는 어미를 먹고, 저녁에는 제 두 눈을 파먹고 헤매는 짐승, 바로 나, 오이디푸스다.(광적인 웃음)
누가 웃느냐? 이 참담하고 추한 꼴을 보고 함부로 웃지 마라.(광적인 웃음)
우리들 모두 인간인바에야 운명앞에 장님일 뿐이다. 모두가 다!(광적인 웃음)
그러나 기억하라! 이 손,
진실이라곤 그 무엇 하나 볼 수 없던 이 눈을 찌른 손은 다름 아닌 내 자신의 손이다.(광적인 웃음)

오이디푸스, 미친듯 걷고 넘어진다.
사람들이 철벽 위에서 오이디푸스를 바라본다.
코레온이 나와 바라본다.

 

 

<크레온>

괜한 무고로 저를 의심하시기 전에 부디 이성적으로 판단하십시오.
이미 왕 다음의 높은 권위를 가진 제가 근심과 두려움으로 밤을 지새야 하는
왕의 힘든 자리를 탐하겠습니까?

저는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권위의 실체이지 그것을 과시하는 일이 아닙니다.
평화  속에 누리는 이 권력을 내동댕이치면서까지 왕관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내 명예와 이익을 포기할 만큼 그렇게 미치지도 않았습니다.
왕께 탄원할 것이 있는 자들은 제게 먼저 탄원합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 모든 것을 져버리고 왕관을 탐한단 말입니까?
저는 반역자가 되고 싶지도 않고, 다른 자의 반역에 가담한 일도 없습니다.

 

 

<티레시아스>

당신에겐 두 눈이 있소.
하지만 그 눈으로 자신이 어디에 누구와 어떤 끔찍함 속에서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고 있소
살아잇거나 또는 죽은, 혈육들에게 당신 자신이 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소?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 대낮의 빛이 암흑으로 변하리라는 것을.
당신이 토하게 될 고뇌의 절규가 어디까지 닿을 것인지.
카다론 산의 계곡들이 그 절규를 어떻게 메아리칠지?
청명한 젊은 날의 향해 끝에 다다른 이 죄악의 항구에 당신이 묶은 혼인의 축가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소?
눈먼 자는 당신이요!
당신과 당신 자식들을 하나로 만든, 그 무서운 운명을 보지 못하고 있소.

오, 참혹하고도 무서운  운명의 주인 오이디푸스여!
그러니 지금은 크레온과 나에게 마음껏 경멸을 퍼부으시오.
이따의 어느 누구도 당신과 같은 비참한 운명을 타고나진 않았으니까.

 

 

<요카스타>

너는 나를 볼 수 있느냐
아, 가혹하다. 신의 저주! 저주받아라. 자궁이여
여인의 몸이여! 지난 날 산고의 비명 속에 내 배로 낳은 아이. 그 아이를 남편으로 주시다니.
이 몸으로 남편에게 남편을, 자식에게 자식을 낳아주게 하시다니.
그 수많은 밤을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아들을 이 몸뚱이 속으로 받아들였다니,
아. 이 몸, 이 욕된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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